이총리 "총선 역할 제가 생각하지 않아…심부름시키면 따를 것"

"다음 정부, 포용국가 큰 틀 계승하되 산업정책 훨씬 보강해야"
"협치 부족 아쉬워…5당 대표 회동 후 일대일 대화 수용했으면"
"경제 명암 뚜렷해져…최저임금, 기업·경제 감당능력 고려해야"
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내년 총선에서의 본인의 역할론과 관련해 "제 역할을 제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제가 요구할 생각도, 기획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이 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다만 저도 정부·여당에 속한 사람이니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에서 합당한 역할을 하겠다는 언급이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부·여당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킨다면 합당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에 대해 진지한 말씀이 아니라고 했는데 제대로 보신 것"이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 총리는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대해 "저로선 좀 부담스럽다"며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마음의 준비도 그렇게 단단히 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평가와 관련, "행정부에 몸담은 사람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라면서 "그분에 대해 그렇게 깊게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삶의 개선과 사회의 진화를 이끌거나 돕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 임무라 생각한다"며 "제 임기가 끝날 땐 '안전 대한민국이 진일보했다, 그 과정에서 이낙연이 일조했다'는 평가라도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또한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에 대해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단축, 고용 안정 같은 근로자의 삶을 위한 문제들, 환경, 사회안전망, 정의로운 사회, 법 앞의 평등 등 (지금의) 큰 방향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더 확실히 뿌리내리게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이 현장에서 더 잘 수용되도록 해서 그런 시대정신이 국민의 생활 속 구석구석 배어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 정부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라는 큰 틀은 계승될 필요가 있으며, 보강돼야 할 부분은 산업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의 해외 유출을 줄이고 국내에서 투자하도록 하는 정책을 훨씬 더 많이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야당과의 협치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협치의 부족은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라며 "정부·여당의 노력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국가적 문제가 있으면 함께 자리해주시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드린다"며 "기왕에 시급한 문제가 있으니 여야 5당 대표가 함께 모이고 1대 1 대화를 수용해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당이 청와대와 1대 1 대화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5당 회동'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명암이 뚜렷해지고 있다.

밝은 것도 있지만 어두운 것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경향을 띠고 있다"며 "엄중하게 직시하고 비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용과 분배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며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분들과 급속히 늘어나는 고령자에 대한 정책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국내 기업 정책과 관련해 "공정경제가 우리 경제 정책의 한축으로서 훌륭한 가치이지만, 전반적으로 기업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기업에 정말로 힘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기업들의 현장 말씀을 더 자주 듣고, 그것을 정책에 가능한 한 많이 반영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제안했지만, 논의가 안 되고 있어서 올해도 어쩔 수 없이 기존 체계로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익위원들을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분들로 충원하고 권역별 토론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저임금의 결정 과정에 반영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분들을 도와드리면서도 임금 지불 능력에 한계가 있는 기업들, 우리 경제의 전체 감당 능력 등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환을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논의가 있었다"며 "대통령께서 최저임금에 관련된 여러 논의를 아프도록 잘 알고 계시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한일 외교 문제와 관련해선 "과거의 상처에서 오는 문제들은 그것대로 대처해 나가되 그 문제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행정부가 나서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삼권 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6월 말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한일정상회담에서 모종의 원칙적 합의라도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새로 즉위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에게 과거사 문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일본 헌정 체계의 제약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3월 브라질리아 물포럼에서 (나루히토 당시 왕세자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그분의 역사나 한국에 대한 생각을 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총리로서 임명제청권 행사 문제에 대해 "제청 대상 인사 가운데 저와 협의 없이 결정된 것은 단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최정호 국토교통부·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문제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만큼 검증 과정에서 (문제들이) 모두 발견된 것이 아니었다"며 "그 점에서는 검증의 한계였다고 볼 수 있다"고 인사 검증의 실패를 일부 인정했다.

또한 "문 대통령에게 (특정 국무위원의)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다"며 총리로서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도 행사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이밖에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부산·울산·경남 검증단과 국토부 사이에 끝내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총리실이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총리실이 조정 역할을 맡는다면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사람들이 도와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