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체제에 '직격탄'…유시민·안철수 '역할론' 전면 부각

취임 일성으로 '지도부 교체'…손 대표에 '자진사퇴' 압박
제3지대론 호남 중진 반발할 듯
바른미래당 새 원내대표로 15일 오신환 의원이 선출된 데에는 결국 현재의 손학규 체제로는 더이상 어렵다는 당내의 위기의식이 작동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바른정당 출신의 오 의원은 '제1공약'으로 손 대표 퇴진과 함께 창당 주역인 '안철수·유승민 역할론'을 전면에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4·3 보궐선거의 참패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당 리더십 부재를 확인하자 총선을 11개월 앞둔 상황에서 '현 지도부로는 안된다'는 의원들의 위기감이 표출된 셈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고 무더기로 당직자를 해임하며 버텼던 손 대표로서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실제로 오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김성식 후보와 가장 다른 포인트는 현 지도체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관점"이라며 당 대표 교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그는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겠다"며 "오늘 결정에 대해 손 대표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면서 오 원내대표는 "유승민 안철수 두 분은 어찌 보면 창당한 창업주로서 책임감이 그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제대로 당의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 체제에서 당이 지지율 상승에 실패한 만큼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 수권 정당으로서 기대감을 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게 오 대표의 인식이다.

오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저희는 여전히 죽음의 계곡을 걷고 있다"며 "창업주인 두 분의 생각이 하나로 모였을 때 시너지가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최근 유 의원이 대학에서 잇따라 '강연 정치'와 팬클럽 미팅을 개최하고, 독일에 체류 중인 안 전 의원의 조귀 복귀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당원들의 바람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 역시 패스트트랙 갈등 과정에서 현 지도부를 비판하며 안철수계와 공동 전선을 펼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오 원내대표가 손 대표 축출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면 이미 깊을 대로 깊어진 바른미래당의 균열에 쐐기를 박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 원내대표가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스크럼을 짤 경우 그동안 제3지대론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며 민주평화당과 물밑 접촉을 가졌던 호남 중진 의원들을 자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다만 오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바른미래당 통합과정에서 국민의당 의원과 가장 손쉽게 소통하고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라며 자신이 계파 갈등을 수습할 최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