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연의 EU 리포트] 佛 대학, 올 가을부터 EU 출신 아니면 등록금 15배 인상

프랑스가 올해 가을 새학기부터 비(非) 유럽연합(EU) 국가 출신 학생들의 국립대 및 대학원 등록금을 최대 15배 인상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프랑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추진 중인 교육개혁 중 하나지만 일부 대학들은 오히려 학생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프랑스는 최근 비 EU권 유학생들의 대학 등록금 인상안을 법령으로 채택했다. 오는 9월 새학기부터 학부생의 경우 연간 2770유로(약 370만원), 대학원 이상 과정은 3770유로(약 503만원)의 등록금을 받기로 했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외국 유학생들은 프랑스 학생들과 똑같이 연간 학부 170유로, 석사 240유로, 박사 380유로 정도를 등록금으로 냈다. 올해부터 학비가 15배 가까이 인상되는 것이다. 다만 이미 프랑스 대학에서 학업을 시작한 학생과 박사과정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 대학 경쟁력 강화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이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당시 “대학의 질적 개선을 위해 비 EU권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인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체류허가 절차 완화, 장학금 확대, 영어 진행 수업 확충 등 방안도 내놨다.
프랑스 정부는 국립대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불공정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등록금을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필리프 총리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 프랑스의 저소득층 학생들과 같은 학비를 낸다”며 프랑스 학생들의 부모는 세금도 내기 때문에 이 제도는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 교육부는 이렇게 등록금을 인상해도 인근 국가들의 학비보다 여전히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유학생 유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프랑스 유학생의 45%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경제 여건이 열악해 프랑스 교육정책의 혜택을 봤지만 앞으로는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됐다. 프랑스 고등교육 해외 홍보기관인 캠퍼스 프랑스에 따르면 올 가을학기 모로코 출신 입학생은 15%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도 현재 프랑스 유학생이 6000여명이 이르지만 앞으로는 줄어들 수 있다. 프랑스 내에서도 이 조치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부터 일부 교사들은 시위와 파업을 통해 강하게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교 총장 회의에서도 등록금 인상 정책 철폐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리 낭테르 대학, 피카르디 쥘 베른 대학, 로렌 대학 등 일부 대학은 외국인에도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