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계 '손학규 퇴진' 연대…孫대표 '버티기' 땐 내홍 격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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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지도부 체제 전환 필요"
당선되자마자 孫대표 사퇴 요구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 일성은 ‘손학규 대표 사퇴’였다.

오 원내대표는 15일 당선 직후 “변화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의 체제 전환”이라며 “의원들의 총의를 모은 뒤 (손 대표를) 빨리 찾아뵙고 간곡한 충언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로 당선되자마자 손 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이날 원내대표 경선은 바른정당계인 오 의원과 호남계를 중심으로 당권파의 지지를 받은 김성식 의원 간 ‘계파 대리전’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중립 노선이던 안철수계 의원들이 오 의원을 지지하면서 승부는 빠르게 갈렸다. 오 원내대표는 “(경쟁 상대였던) 김 의원과 내가 달랐던 포인트는 현 지도체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관점”이라며 “결과가 (의원들의) 판단 기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계(8명)와 안철수계(7명)가 공조해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다면 당내 호남계(9명)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 원내대표는 의원단 워크숍을 열어 의견을 모은 뒤 손 대표와 담판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손 대표가 물러난다면 안철수·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조기 등판론에도 탄력이 붙는다. 오 원내대표는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의 창업주로서의 책임이 이전보다 커졌다”며 “구성원들과 논의해서 (안·유 체제가) 발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손 대표 체제에서 당이 지지율을 올리는 데 실패한 만큼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다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오 원내대표의 인식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의 물밑 지지가 없었다면 오 원내대표가 이길 수 없던 선거”라며 “안·유 체제의 서막이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두 계파가 손잡고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동대표 체제로 복귀할 수도 있다.

손 대표 측은 공석인 정책위원회 의장과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자리를 호남계 의원으로 채워 사퇴 압박에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안·유계와 호남계로 양분돼 당무가 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오 원내대표가 손 대표 퇴진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제 화합은 물 건너갔다”며 “극한 대립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잠시 봉합됐던 당내 갈등이 다시 터져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오 원내대표는 서울 관악을을 지역구로 둔 재선 의원이다. 1971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연극배우 출신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국회엔 2015년 재·보궐선거로 입성했다. 탄핵 정국에선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고,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맡기도 했다. 손학규 대표 체제 출범 후 사무총장을 지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