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곧 화웨이 장비 사용금지"…'中 기술굴기' 원천봉쇄 나선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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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치닫는 G2 무역전쟁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중국과의 전쟁은 단지 관세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세 이외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중국에 확실한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 미국의 목표다. 대표적인 게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시점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이번주 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로 예측했다. 명분은 국가안보다. 특정 국가나 기업을 행정명령에 언급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 회사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2) 본질은 미·중 기술패권 전쟁
무역전쟁 본질은 기술전쟁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 1월 “미·중 협상은 단순히 콩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을 다루는 문제가 아니다. 막대한 무역적자 해소는 기본이며,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중국의 기술지배 전략이 큰 이슈”라고 밝혔다. 무역갈등의 배경은 미래 기술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기술패권 전쟁이라는 걸 공공연히 밝힌 것이다.
이는 중국의 대표 기술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집요한 견제에서 드러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보안상 이유로 미 정부기관과 군부대에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영국 독일 등 동맹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월엔 화웨이를 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미 기업이 국가 안보 위협을 초래하는 회사와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무역협상에서 후퇴한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눈엣가시’인 화웨이를 미국에서 발본색원하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중국제조 2025’가 미국 분노 불러
미국의 중국 기술에 대한 견제는 2015년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정책을 발표한 뒤 본격화됐다. 이 전략은 반도체 전기자동차 로봇 해양플랜트 바이오 항공우주장비 등 10대 핵심 산업에서 세계적 기업을 키워 하이테크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기업들이 10대 산업에 투자할 때 지방정부와 공기업에서 최대 8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쓰일 돈만 3000억달러(약 320조7000억원)로 추정되고 있다.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자본과 기술, 정보기술(IT) 능력 등을 모두 갖춘 거대한 중국이 국가 주도로 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은 중소 개발도상국의 불공정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 계획 달성을 위해 조직적 해외 기업 인수,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 산업스파이 활동 등 기술 도둑질을 일삼았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이런 활동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이 미국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2016년부터 중국의 첨단 기업 인수합병(M&A) 시도를 줄줄이 무산시키고 있다. 2015~2016년 칭화유니의 마이크론, 샌디스크 인수 계획을 무산시켰고 지난해 싱가포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도 불허했다. 지난해 10월엔 푸젠진화반도체(JHICC)에 대한 미국의 수출을 제한했다.우회로 모색하는 중국
2018년까지 3년간 중국 정부의 업무보고에 포함됐던 ‘중국제조 2025’라는 명칭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보고 때 처음으로 빠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과학기술 예산은 작년보다 13.4% 증가한 3500억위안(약 59조원)이나 배정했다.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자 포기하기보다 조용히 추진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중국은 또 미국 기업에 대한 M&A가 막히자 다른 나라를 공략하고 있다. 2016년 중국 메이디그룹이 독일 로봇 기업 쿠카의 지분 90%를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이제 독일 일본 한국 등도 중국의 M&A 시도를 막고 있다.화웨이는 미국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지난 3월 미국 법원에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한 것은 미 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14일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활동 등을 막기 위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스파이 활동 금지 합의’를 각국 정부와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워싱턴=주용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