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고객을 고객이 아니라고 우기는 차량공유社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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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실리트 실리트 포렌식스 CEO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리프트는 놀라운 신사업을 개척했다. 사용자 친화적인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승객이 차량을 호출해 어디든 갈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들의 회계처리는 투자자와 승객에게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금융 속임수' 공동 저자
우버·리프트의'회계 왜곡'
매출·수익성'과대평가'
리프트는 지난 3월 말 이미 상장했고, 우버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기업공개(IPO)를 했다. 투자자들이 상장 기업의 회계처리 방식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보면 이 두 회사 모두 매출과 수익성을 과대평가하는 ‘평범하지 않은’ 회계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두 회사가 취한 가장 중대한 회계 왜곡은 승차권 할인과 환급 처리다. 거의 모든 산업의 기업들을 보면 고객에 대한 할인과 기타 현금 인센티브는 매출 쪽에 잡힌다. 즉 할인 등이 늘어나면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우버와 리프트는 모두 승차자에게 상당한 할인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여행 비용 부담을 줄여줘 이용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보면 할인과 인센티브만큼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버와 리프트는 이것을 ‘마케팅 비용’으로 분류한다. 즉 비용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두 회사의 매출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부풀려진다.
이러한 왜곡은 두 회사 모두 그들의 고객은 승객이 아니라 차량 운전자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운전자들은 통상 세금 목적으로 독립계약자로 분류된다. 정말 승객이 그들의 고객이 아니라면, 우버와 리프트는 투자자와 분석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손익계약서상의 비용을 지금처럼 낮추는 게 타당할 것이다.그러나 이게 과연 맞는 것일까. 두 회사의 회계방식이 실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리프트는 2018년 3억3840만달러의 인센티브와 환불금을 마케팅 비용에 포함했다. 하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경우처럼 판매 할인으로 취급됐다면, 매출은 공시된 21억6000만달러보다 16% 정도 낮았을 것이다. 같은 해 우버는 ‘판매 및 마케팅’에서 14억달러가 소비자 할인과 프로모션, 환불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역시 일반 판매 할인으로 취급했다면 매출은 공시된 112억7000만달러보다 12% 낮았을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이 지출을 운영비의 일부로 재분류했기 때문에 매출이 크게 부풀려진 것이다.
한 기업의 고객은 기업 마음대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통상 서비스를 받고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을 고객이라고 보면 된다. 놀이기구 공유회원이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태워달라고 하고, 서비스가 종료됐을 때 신용카드에 비용이 청구된다면 고객이 분명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우버는 “운전자가 우리의 고객”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상장을 위해 증권거래위원회에 우버가 제출한 서류를 보면 “최종 사용자들은 무료로 우리의 플랫폼에 접속하고 우리는 최종 사용자들에게 어떤 수행 의무도 없기 때문에 최종 사용자들은 우리의 고객이 아니다”고 적었다.정말 승객들이 고객이 아니고, 우버와 리프트의 경영진은 승객에게 아무런 의무도 없다고 믿는다는 말인가. 승객들의 안전과 승차감 등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우버와 리프트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는 운전자들이 그들의 노동자가 아니라 고객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우버와 리프트의 주장대로라면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할 때는 누구를 고객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그때도 승객이 고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우버나 리프트 등 해당 기업들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해답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길이다. 또 새로 생기는 수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자신들의 진정한 고객이 누구인지 판단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원제=Do Ride-Sharing Customers Sitin Front?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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