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도시의 미래?…'빈집' 대책으로 고심하는 日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 초고령화 영향으로 일본 전역에서 빈집도 늘고 있다. /한경DB
일본 전역에 있는 빈집 수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도쿄 인근 수도권에서만 200만호 가량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주로 고도성장기 때 도쿄 외곽에 베드타운으로 건설됐던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빈집 대국화’를 막기 위한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고민도 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이 집계한 주택·토지 통계조사에서 지난해 10월 현재 도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에 200만호의 빈집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마신도시 등을 포함한 광역 도쿄도에만 전국 빈집의 10%인 80만호의 빈집이 있다는 지적입니다.일본에선 별장이나 임대·판매 목적이 아님에도 3개월 이상 비어있는 집을 ‘빈집’으로 정의합니다. 빈집의 숫자는 최근 10년간 40%넘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도심에서 30㎞이상 떨어진 외곽에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설명입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기간 거주자의 손길을 경험하지 못한 빈집이 빠르게 늘고 있고, 신규인구 유입이 없는 수도권 외곽 지역이 주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입니다.

빈집 증가를 막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대응도 발 빨라지고 있습니다. 도쿄도는 한국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맨션의 관리를 촉진하는 조례를 올 3월부터 시행하고 나섰습니다. 2020년 4월 부터는 맨션 관리조합에 관리비 및 수선 적립금 등의 보고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건축연수가 오래된 건물의 운영상황 신고를 의무화한 것입니다. 이 같은 정책의 적용을 받는 것은 1983년 이전에 건설된 연립주택 이상 집단 거주건물입니다. 도쿄도내 맨션의 4분의1 가량인 1만4000여동이 해당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고베시에서도 초고층 맨션의 수선비 부족에 대비해 맨션 관리조합을 지자체가 감시하는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키로 했습니다.도쿄도는 또 리모델링한 빈집을 모델하우스로 만들어 전시하며 빈집 재활용을 촉구하는 정책도 준비 중 입니다. 아동양육시설 운영자를 대상으로 직원 숙소로 빈집을 빌릴 경우, 경비를 보조하는 제도도 도입키로 했습니다.

수도권 지자체들이 빈집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습니다. 지바시는 지역 시민단체 등이 빈집을 아동 보육시설이나 어린이 식당 등 공익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지진 방지 시설 정비 및 외방 리모델링 비용의 일부를 지원키로 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빈집의 특성을 설명하고 빈집 발생 방지를 호소하는 세미나도 연 3회 가량 열 계획입니다.

사이타마현의 경우, 빈집 발생 비율이 현내에서 가장 높은 모로야마초에서 올해부터 빈 건물의 해체·철거에 필요한 비용을 50만엔 상한으로 보조키로 했습니다. 무너질 우려가 높고 외관상 문제가 있는 빈집 뿐 아니라 빈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물까지 대상으로 삼아 주택자산의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가나가와현과 인접한 도쿄도 오타구는 올 3월 철도사업자인 도쿄전철과 빈집·빈 점포 대책에 관한 협정을 맺었습니다. 오타구내 빈집 중 철도노선 근처에 사용 가능한 건물의 소유자와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기 위해 사업자를 연결하는 작업을 실시키로 한 것입니다. 올해부터 5년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설명입니다.

가나가와현 에비나시도 시주택건설업자협의회와 연계해 이 협의회가 빈집매매를 성사시킬 경우 10만엔의 장려금을 지불하는 제도를 2017년부터 마련했습니다.

일본 못지않게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도 지방 소도시 등을 중심으로 빈집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집단적인 주택 노후화 현상도 일본을 따라가는 모습입니다. 더 이상 빈집 대책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닌 듯합니다. 일본 지자체들이 서둘러 시행하고 있는 각종 빈집 대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