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美·中·러시아 맞서 유럽이 단일대오 형성해야"

독일 언론과 인터뷰…"급변하는 세계서 위치 재정립 필요"
"유럽의회선거서 포퓰리즘 세력과 연대 없다" 강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글로벌 파워 '빅3'인 중국·러시아·미국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이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독일 유력 일간지인 쥐트도이체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유지된 전후 질서가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유럽이 급변하는 세계에서 제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의 유럽의회 선거 개입 의혹부터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의 미국의 독점적 지위 등 세계 질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여러 이슈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이 크림반도 분쟁과 같은 이슈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등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독일을 비롯해 유럽지역에서 빠르게 세를 얻고 있는 포퓰리즘 세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유럽을 걱정한다"면서 유럽 정치인들이 포퓰리스트 움직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23∼26일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중도 우파계가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와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에게 문호를 열어주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또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해 "대단히 도전적인 과제"라고 표현하면서도 2050년 시한 내에 '탄소 중립성'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탄소 중립성이란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자연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다.

1990년대 헬무트 콜 내각에서 환경 장관을 지낸 메르켈 총리는 전날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변화 콘퍼런스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성을 달성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이슈와 관련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메르켈 총리는 EU 탈퇴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재차 부결될 경우 탈퇴 시한(10월 31일)을 EU가 다시 연장해 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꺼렸다.

또 가을쯤 영국과 독일의 새 지도자들이 브렉시트를 논의하게 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협상할 부분이 있다면 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을 대신해 협상할 것"이라며 원칙적인 의견을 내놨다.

14년째 집권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작년 10월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그의 임기는 2021년까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