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 삭이고, 野 달래고, 靑 말리고…이인영, 진짜 달라지나

취임 약속대로 '강성' 이미지 벗고 야당과 적극 스킨십
여야정 협의체 범위 두고 청와대보다 유연한 입장 견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6일로 공식 업무 개시 일주일을 맞았다.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의장 출신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주자로 '강성' 이미지였던 이 원내대표가 지난 일주일의 행보로만 본다면 자신이 약속한대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는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 원내대표는 경선 내내 '변화'를 기치로 내걸었고,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고집이 세다는 평을 깔끔하게 불식하겠다.

부드러운 남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달라지겠다고 약속했다.실제로 취임 후 이 원내대표는 내성적이고 '까칠한' 성격을 숨기고 밝은 표정으로 친근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등 당 안팎을 향해 바뀐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내대표 당선 전에는 사석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 "합리적인 줄 알았는데 극우 보수의 길을 가는 것 같다"고 질타할 정도로 강경했던 이 원내대표는 당선 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나 원내대표에게 먼저 연락해 저녁 식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서고 있다.

이날 바른미래당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서도 "20대 국회 4년 차 '키맨'이 등장했다"며 "젊음과 힘, 역동성을 바탕으로 국회 정상화에 많은 역할을 해달라"며 덕담을 건넸다.국회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강경 발언을 자제하면서 야당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구성한 여야정 국정 상설 협의체를 기존의 5당 체제로 가동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주장대로 우선 교섭단체 3당이라도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당청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과 서로 적절히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교차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유연성 발휘로 야당과의 협상 여지가 생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정국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대화 파트너를 가진 이 원내대표"라며 "청와대에 할 이야기는 하고, 협상 파트너는 또 파트너대로 인정하면서 인내를 가지고 협상하겠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이 원내대표가 열심히 잘 하고 있다고 본다"며 "청와대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협상 당사자로서 여러 가지를 모색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지켜보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tbs 의뢰. 13∼1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천502명 조사)에서 민주당이 지난주보다 지지율을 4.6%포인트 대폭 끌어올리며 한국당과의 격차를 13.1%포인트로 벌린 것에는 이 원내대표의 행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자들의 기대 심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원내대표가 청와대와의 건강한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포지션을 잡아가는 것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