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연의 EU 리포트] 伊 부총리 “EU 재정규율 파기할 것…금융시장 동요 상관 안 해”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의 부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유럽연합(EU) 재정규율을 파기할 것을 시사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이탈리아 금융 시장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방송에 출연해 “EU 재정규율 때문에 유럽이 기아 상태에 직면했다”며 “수백만 명의 이탈리아인들을 굶주리게 만들고 있는 EU 제약을 뛰어넘는 게 내 의무”라고 말했다. EU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의 상한선으로 정한 3%를 깰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또 “실업률 5%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EU가 반대해도 그것은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날 베로나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서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EU 재정규율을 깨뜨릴 준비가 돼 있다”며 “실업률이 낮아질 때까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달 말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재정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10% 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예산안 재정적자 비율과 부채비율을 놓고 EU와 다시 싸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파 연합과 오성운동의 연정 체제인 현 정부는 재정적자가 대폭 증가해도 관계없으니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리겠다고 주장하며 작년 6월 출범 이후 반년 내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EU와 싸웠다. 이들은 더 많은 사회보장수당을 제공하고 연금 개혁을 추진해 소비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퇴직연령을 낮추는 연금 개혁, 기본소득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금융시장은 살비니 부총리의 발언과 이탈리아 연정 내분까지 맞물려 15일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는 연 2.78%까지 오르며 지난 2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스프레드)는 지난 3월 이후 최고 수준인 2.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밀라노 증시(FTSE MIB)도 전일보다 -0.14% 하락했다.

하지만 살비니 부총리는 금융시장 동요조차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 국민의 권리를 위해서라면 금융시장 반응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