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 빠진 주거실태조사

최진석 건설부동산부 기자 iskra@hankyung.com
“서울의 PIR(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 데이터는 따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주거실태조사는 국민의 주거환경과 가구특성 등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2006년부터 시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년간 국토부 주택정책의 성적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적표에서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서울 집값’ 성적은 빠졌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서울 집값은 예전부터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전국, 수도권, 광역시, 도지역 등으로만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선 서울 PIR 수치가 발표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작년엔 서울시 요청으로 공동조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함께 조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주거실태조사는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맞춤형 주거복지정책 수립을 위해 표본 수를 기존 2만 가구에서 6만 가구로 늘린 것이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전 국민의 20%(1000만 명)가 거주하는 서울 지역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았다. 이번 주거실태자료에서 서울 지역 수치를 따로 뽑아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대한 국토부의 반응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표본 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답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조사에서 서울 표본 수는 7000여 개였다. 지난해 서울시와 공동 조사할 때의 서울 표본 수(8000개)와 큰 차이가 없다. 서울시는 “표본 7000~8000개면 통계적으로 충분히 유의미한 숫자”라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서울 집값의 영향을 받는다. 2017년 8·2대책도, 지난해 9·13대책도, 3기 신도시도 결국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꺼내든 카드였다. 그럼에도 주거실태조사에서 가장 기초적인 ‘서울 통계’는 보이지 않았다.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서울의 PIR은 평균 8.8배였다.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두 모으면 8.8년 만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작년 PIR이 8.8배를 웃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기존 통계생산방식을 고집해야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