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조 기업' 일군 대가가 '규제와 감시'여선 곤란하다

카카오가 정보기술(IT)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자산총액 10조6030억원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것이다. 재계 서열 32위에 올라 전통적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은 국내 IT산업의 비약적 성장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순환출자 금지 등 강력한 ‘재벌 규제’와 감시를 받게 됐으니 마냥 축하하기가 민망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은 ‘준(準)대기업’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각각 분류한다. 대기업이 되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및 신고 의무 등 준대기업 규제 외에도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공정거래법을 포함해 명시적 규제만 40여 개에 달한다. 대기업 지정이 ‘축복이 아니라 수난’이라는 하소연이 업계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카카오는 2006년 창립 이후 활발한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렸다. 현재 지배구조상 카카오가 당장 영향받을 규제 이슈는 없다. 하지만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는 터라 향후 사업구조 재편과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새로운 ‘대기업 규제’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 규제는 1987년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됐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산업·국경 간 경계가 무너지는 현시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해묵은 규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이 될 때 규제는 계속 늘어난다. 정부가 ‘규제 만능’에 빠져있으면 중소·중견기업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극성을 부리게 된다. 땀 흘려 기업을 일군 대가가 규제와 감시라면 어떤 기업인이 기업을 키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