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에 밀린 화장품 로드숍…스킨푸드 '진짜' 정상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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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푸드 17일 경영정상화 공식 발표...본입찰 계약스킨푸드가 17일 경영정상화를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의 고공성장으로 인한 경쟁심화, 온라인 유통의 확산, '사드 여파'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자금난을 겪으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던 스킨푸드는 지난 3일 사모펀드인 파인트리파트너스를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본격적으로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스킨푸드, 화장품 로드숍으로 성장한 1세대 뷰티 브랜드
신유통·재정난·가맹점주 설득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혀
그러나 올리브영 등 H&B 스토어와 온라인 판매로 화장품 소비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화장품 로드숍의 경영 전망이 밝지 만은 않은 데다 법정관리 돌입 이전부터 불거진 가맹점주들과의 갈등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어 정상화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킨푸드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대국민 사과문'이라는 입장문을 올리고 경영정상화를 공식 선언했다. 스킨푸드는 입장문에서 "스킨푸드는 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망했다는 소문으로 사재기와 쟁임을 동요해 금전적 부담을 안겨 드렸기에 사과 드린다"며 "회사가 피인수를 통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스킨푸드의 이날 경영정상화 선언은 매각 절차가 완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은 스킨푸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파인트리파트너스를 선정한 바 있다. 이날은 스킨푸드와 파인트리가 본계약을 체결하는 날이다. 현재 조윤호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一家)와 관계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스킨푸드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키로 했다.
스킨푸드 인수전에는 중견 반도체 원료·장비 업체인 원익그룹, 유명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보유한 엘앤피 코스메틱, 전자상거래 전문업체 포티스 등 여러 전략적투자자(SI)와 큐캐피탈파트너스, 우리프라이빗에쿼티, 나우IB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로 예상 밖 흥행이 있었다. 이 때문에 매각 가격도 채권액(약 445억원)을 뛰어넘는 500억원대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우선 지난해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불안하다. 2004년 설립된 국내 최초 푸드 코스메틱 브랜드인 스킨푸드는 모기업 아이피어리스가 60여년간 축적한 화장품 제조기술과 노하우를 토대로 제품 경쟁력을 인정 받으면서 성장했다. SNS 상에 스킨푸드 특정 제품에 대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입소문도 탔다. 2012년에 매출을 185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1세대 대표 뷰티 브랜드로 손꼽혔다.
하지만 다양한 브랜드를 고를 수 있는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등 H&B 스토어의 고성장세와 온라인 유통의 확산 등으로 화장품 로드숍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자 2017년 말부터는 제품 공급과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끝에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2016년 5000개 가까이에 달했던 화장품 로드숍은 지난해 3800여개까지 줄어들 정도로 급격하게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조윤호 대표와 약 200여명의 가맹점주 간 갈등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스킨푸드 가맹점주·유통업자·하청업자로 구성된 채권단 200여명은 연초 조 대표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추가 고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조 대표가 스킨푸드를 법인사업자(가맹사업)와 개인사업자(온라인 쇼핑몰) 두 가지 형태로 등록한 뒤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직원 월급, 물류비용 등은 법인이 부담하게 하고 발생하는 수익은 개인사업자인 조 대표가 챙겨왔다는 게 채권단의 주장이다.이 채권단은 이미 지난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엘앤피 코스메틱을 제치고 사모펀드의 품에 안긴 이유도 파인트리 측에서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STX중공업을 인수한 기업으로 잘 알려졌다. 주로 부실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이 외에도 동대문현대시티아울렛, 제주도 더클래식골프장 등에 투자해 영업 정상화를 이끌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