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일의 원자재 포커스] 8년만에 금값 제친 '팔라듐 랠리'…앞으로의 향방은?

자동차산업 내 지형 변화가 원자재 업계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과거 한동안 지속된 디젤 자동차의 인기가 식으면서 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제로 쓰이는 백금값은 하락세인 반면 가솔린차 저감제로 쓰이는 팔라듐 가격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팔라듐 가격은 지난 10년새 다섯 배 넘게 뛰면서 올초에는 8년 만에 처음으로 금값을 넘어섰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팔라듐 6월물 선물가격은 트라이온스(31g)당 1322달러를 나타냈다. 지난 2009년 5월 중순 트라이온스당 250달러 수준을 밑돌던 팔라듐 가격은 이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5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 2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15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팔라듐 가격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금값(온스당 1200달러대)을 제쳐 주목됐다.
10년새 다섯 배 넘게 뛴 팔라듐 가격 (자료: 뉴욕상업거래소 팔라듐 선물 6월물, 단위: 트라이온스당 달러)
팔라듐은 가솔린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인 촉매변환기의 산화 촉매로 주로 쓰인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전 세계 팔라듐 수요의 78%는 자동차 부문에서 나온다. 주로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되지만 니켈과 백금을 포함한 금광석의 부산물인 관계로 공급 물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가솔린차 수요 증대와 더불어 자동차 업계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연비 규제 강화가 팔라듐 가격을 더욱 끌어올렸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소비권에서 자가용 등의 배기가스 배출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팔라듐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도 최근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캠페인 강도를 높이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기가스 저감을 위한 촉매변환장치 생산을 위해 더 많은 팔라듐을 찾게 됐다.몬트리올은행의 타이 웡 금속 파생 트레이더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팔라듐 수요가 폭발적”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다 대체재를 구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러시아는 자국 정제산업 활성화를 위해 팔라듐을 포함한 일부 금속 상품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팔라듐 수출이 10월 말까지 동결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팔라듐 생산국이다.

다만 향후 팔라듐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에 큰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전기차가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전기차 엔진의 재료가 되는 구리에 대한 수요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