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에 부는 '멀티' 바람…티몬, 영역 파괴한 MD들 맹활약

[사진 설명] 티몬 COO 조직 베스트어워즈에 참석한 상품기획실 직원들
# 김지원 티몬 상품기획자(MD)는 모자, 장갑 등을 판매하는 패션잡화팀에 근무하다가 6개월전 상품기획팀으로 발령받았다. 이동 후 첫 시상식인 올해 1분기 티몬 베스트어워즈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김 MD가 관리하는 상위 20% 파트너 4월 매출이 전월 대비 10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 MD는 "7년간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하면서 지금이 가장 바쁘지만 요즘이 입사 후 가장 즐거운 시기"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통업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MD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0조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달했다. MD의 역할이 곧 매출로 이어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MD들은 상품 기획과 함께 마케팅 문구, 판매 가격, 전략까지 유통의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예를 들어 주방 소형가전 MD가 가스레인지를 기획한다고 하면 점화 방식부터 가전 크기, 가스레인지 트렌드까지 파악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는다. 이 정보를 제조사나 판매업자들과 전하고 공유하는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MD들의 업무도 달라지고 있다. 상품을 기획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업무 범주가 확대된 것이다. 기존에는 가전, 패션, 여행 등 전문 MD들을 키우는 경향이 높았지만 이제는 일명 '멀티MD'라고 불리는 기획자들이 카테고리 구분 없이 상품을 기획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패션을 담당하던 MD가 에어프라이기, 닭가슴살, 수박 등 가전과 식품군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게 자연스러워 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멀티MD를 육성하는 기업으로 티몬을 꼽는다. 티몬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진원 부사장 직속으로 상품군에 상관없이 상품을 기획하는 상품기획팀을 신설했다. 김경만 티몬 상품기획2팀장은 "하나의 상품군을 계속 하면 전문성이 생기지만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독창성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싶은 MD들이 상품기획팀에 모여있기 때문에 시너지도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멀티MD는 영역 제한이 없기 때문에 능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결과에 따른 보상도 확실하게 제공한다. 경력 MD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멀티MD가 생기면서 온라인 판매 중간사라고 불리는 '벤더'들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벤더사는 한 가지 카테고리에 주력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상품군을 넓혀가고 있다. 멀티MD의 등장으로 벤더사 입장에서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원 티몬 상품 기획자는 "상품기획자의 실력이 곧 벤더사의 실적이기 때문에 강한 파트너십을 기본으로 벤더사에게 잘 맞는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을 주력으로 판매했던 벤더사에 에어프라이어를 구할 수 있겠냐고 문의를 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대용량 에어프라이어가 최근에 많이 판매된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에어프라이어의 브랜드, 크기, 예상 판매가, 판매수량 등을 면밀하게 알려주며 컨설팅을 제공한다. 제안을 받은 벤더사도 빠르게 검토하고 실행에 옮긴다.벤더사의 반응도 뜨겁다. MD들이 잘팔리는 상품을 직접 전해주기 때문에 업무가 간편해 졌다는 것이다. 특히 그 동안 다른 상품군으로 확장하고 싶었던 벤더사는 적극적으로 멀티 MD와 협업을 이어가는 추세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