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그것이 알고싶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노르웨이 장씨 소환 실패 이유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부산 신혼부부 재조명
부산 신혼부부 행방불명 3년의 비밀
경찰, 부산 신혼부부 3년간 생활반응 전무
범죄인 인도기각 항소 기간 놓친 법무부
'그것이 알고싶다' 부산 신혼부부 두번째 다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 미스터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8일 3년 전 감쪽같이 사라진 부산 신혼부부 실종을 재조명했다.

부산 담당 경찰은 이날 방송에서 "출입국 기록이나, 통신기록, 카드사용내역 등 부부의 생활반응이 3년간 전무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결혼한 지 불과 6개월 된 부산의 동갑내기 신혼부부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16년 5월 27일 밤, 전민근-최성희 부부는 각자 평소처럼 귀가하는 모습이 엘리베이터 CCTV에 찍혔다.

아내 최 씨가 장을 봐온 물품들은 식탁 위에 그대로 놓여있었고, 집안에 다툼이나 외부 침입 흔적은 보이지 않았으며, 차량과 아내 최 씨가 아끼던 강아지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부부에게 어떤 사정이 생겨 잠시 잠적한 거라 여겼던 가족과 지인들.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은 아파트 내의 21개 CCTV 어디에도 찍히지 않았다.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부부를 직접 목격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씨 지인들은 "강아지가 닭뼈를 잘못 먹어 위장을 수술했다"면서 "최씨는 절대로 강아지를 두고 그렇게 가버릴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실종 9개월 후인 2017년 2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전민근-최성희 부부의 흔적 없는 증발 사건을 이미 한 차례 다룬 바 있다. 당시 방송을 통해 5월 27일 밤 귀가 후 모습을 목격하거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는 아내 최 씨에 반해, 6월2일까지 지인이나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았던 남편 전 씨가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동업자에게 ‘일이 있어 해결하려면 한두 달, 아니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암시하거나 아버지에게 ‘괜찮아요’ 문자를 보냈던 남편 전 씨. 그래서일까, 당시 남편 전 씨의 가족들은 실종이 아니라 자발적 잠적이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얼굴을 공개한 최씨와 달리 전 씨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조차 꺼렸다.

전씨가 일상생활에 복귀할 경우 얼굴이 공개돼 있으면 불편하리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굴을 공개하고 실종 이후 3년 만에 전 씨의 가족과 지인들이 카메라 앞에 나섰다. 어렵게 입을 연 전 씨의 지인들은 부부의 실종사건과 한 여성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제기했는데, 그녀는 바로 전 씨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장 씨였다.사건 담당 형사는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수사했다. 100이면 99가지를 전부 다 확인 했는데 남은 것이 장씨, 한 분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부부가 실종되기 직전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부부가 실종된 후 한국을 떠난 장 씨를 오랫동안 추적해왔다. 장 씨가 전 씨와 학창시절부터 오래도록 연인관계를 유지해왔던 점, 전민근-최성희 부부가 결혼할 당시 결혼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포착했던 것이다. 게다가 귀국했을 때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라는 경찰의 서면질의에 두루뭉술하고 모순되는 답변을 한 장씨.

장씨는 한국에 입국하고도 자신의 친정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으며 숙박정보가 남지 않는 사우나, 찜질방 등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결제는 현금만을 이용했다.

전씨 부모는 "비행기표가 비싸다. 한국에 가기 힘들다"라는 장씨의 말에 "항공권을 우리가 제공할 테니 와서 조사라도 받아달라"고 했지만 장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녀가 귀국 권유에 응하지 않자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결국 장 씨는 지난 2017년 8월 노르웨이에서 체포되었고, 곧 한국으로 보내져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법원은 부부의 실종사건에 장 씨가 연관되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범죄인 인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여전히 노르웨이에 체류 중인 장 씨는 단 한 번도 전 씨와 사귄 적 없다며 전 씨 지인들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이어오고, 부부의 실종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전씨 지인들에 따르면 전씨와 장씨는 고등학교때부터 인연을 이어왔으며 전씨 부모는 '정을 깊이 나눈 사이였다'고 말했다. 전씨 지인들은 장씨가 그의 입영일에도 따라왔으며 돌아가는 차안에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장씨는 전씨와 연인사이가 아니었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싶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동갑내기 신혼부부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실종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하는 장 씨는 왜 수사당국의 소환요구를 거부하는가. 부부와 장 씨의 관계를 둘러싼 엇갈리는 증언들 속에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이런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장씨의 국내 소환이 시급하지만 노르웨이 당국이 장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이 또한 물거품이 됐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노르웨이로부터 입수한 기각 결정문에는 "장씨가 최근 자녀를 출산했다"는 점이 명시돼 있었다. 노르웨이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아이들의 인권 보호에 우선을 두는 나라다. 현지 법조인들은 장씨가 출산을 했다는 점이 기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경찰이 범죄인 인도 조약에 대해 모르고 청구하지는 않는다"면서 "노르웨이 범죄인 인도법에는 기각 결정이 내려진 후 3일 내 항소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우리 경찰이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3일간 기각 결정에 어필할 기회가 있었는데 (법무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

법무부 관계자는 노르웨이 당국에 한국에 통보할 때부터 이미 항소기간이 지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승재현 연구위원은 "(통보문을) 늦게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는 건 아쉽다"면서 "범죄인 인도 청구는 적극적으로 했는데 용두사미로 끝났다"고 말했다.

전씨 어머니가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진과 함께 노르웨이 현지를 찾아가 장씨와의 만남을 시도했지만 장씨와 남편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은 "장씨 집 근처에 48시간 이내에는 접근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구금될 수 있다"고 명령했다. 노르웨이 경찰을 통해 전달하려 했던 전씨 어머니의 메모에 대해 장씨는 수령조차 거부했다.

경찰이 장씨의 실종 가담과 관련된 어떤 새로운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3년 동안 생사를 알 수 없는 전민근-최성희 부부의 마지막 흔적을 장씨의 도움을 받아 찾을 가능성은 앞으로도 희박해 보인다.신혼부부가 실종된 시기에 한국에 귀국해 있었던 상태였으며 연인관계를 부인하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였다 하더라도 현재 재혼해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는 장씨를 그 전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직접 찾아가 "전에 우리 서로 좋아하던 사이 아니었냐"면서 인정에 호소하며 실마리를 풀어 보려했던 방송 전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