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의 글로벌 컴퍼니] "직원이 주인"…영국 '리처사운즈'의 시도

직원 522명 명의 신탁에 주식 넘겨
FT "직원들 창의성과 생산성 높여"
영국의 오디오 전문 유통업체 리처사운즈(Richersounds)의 창업주 줄리안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경영권을 직원 520여명에게 넘기기로 했다. 창업주가 은퇴할 때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게 일반적인 영국 산업계에선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다.

리처 CEO는 본인이 보유한 리처사운즈 주식 60%를 전부 이 회사 직원 소유의 신탁에 맡기기로 했다. 그는 “지난 3월 60세가 되면서 지금이 경영권 전환하기 위한 적기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순조롭게 이 회사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말했다.회사 측은 리처 CEO에게 주식에 대한 대가로 920만 파운드(약 140억원)를 지불할 예정이지만 그는 직원들에게 350만 파운드가량을 돌려주기로 했다. 이사진 9명을 제외한 나머지 리처사운즈 판매 직원들은 매해 1000파운드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

리처 CEO는 1978년 영국 런던브릿지에서 처음 가게를 내면서 유통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영국의 가장 성공적인 소매상 중 한 곳으로 키웠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전년 대비 1% 증가한 1억5750만 파운드(약 2700억 원)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25.4%에 달했다.리커 CEO는 영국 부자 명단의 단골이다. 23세 때 처음으로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샀고 얼마 되지 않아 전용기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는 없다. 그의 사업윤리는 강한 기독교 신앙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그는 매주 영국 요크셔에 있는 조지아 저택에서 성경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리처사운즈 측은 앞으로 직원들 명의의 리처사운즈 신탁이 정직, 약속, 신뢰, 존중을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제로아워 계약(정해진 근로시간 없이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임시직 계약)’을 없애고 매년 15%의 영업이익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리처 CEO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소매업체가 성공하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파인낸셜타임스(FT)는 “직원 경영권은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이런 결정은 환영할만하다”고 논평했다. FT는 “리처 CEO는 그의 비즈니스 정신이 살아있긴 원했고 직원들이 그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