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누비는 이재용…'5G 대반격' 준비

日 양대 이동통신사 본사 찾아
5G 이통사업 협력방안 논의

반도체·스마트폰 성공 경험 살려
통신장비 시장서도 역전 노려
‘총수 2년차’를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신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의 ‘판’이 바뀌는 상황에서 이 분야에서도 역전의 신화를 쓰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사업은 주요 경영진에 맡기고, 미래 신산업 분야는 그동안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본인이 직접 챙기고 있다.

5G ‘역전 신화’ 노리는 삼성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에 머물면서 현지 양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본사를 잇따라 방문했다. 두 회사 경영진과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5G 서비스를 본격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기점으로 일본에서 5G 통신 장비 사업을 확대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도 노리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폰 홍보관 ‘갤럭시 하라주쿠’를 개관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도쿄 출장 기간 이곳도 직접 방문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번 일본 방문을 비롯해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를 보면 삼성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가 5G 이동통신 시장이다. 통신 장비 시장은 중국 화웨이가 시장점유율(31%) 1위이지만, 5G 시대를 맞아 대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산업의 전환기’에 반도체·스마트폰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역전 신화를 썼던 경험을 통신 장비 부문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특히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은 삼성전자에 기회일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와 4G·5G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4개 전국 통신사업자 중 3개 기업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과 중국 화웨이의 거래를 제한하면서 반사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통신장비, 단말기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전 세계에 세일즈 나선 이재용

이 부회장이 산업 전환기에 직접 해외 사업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이 부회장이 아시아 최고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 딸과 아들 결혼식에 직접 참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그룹이 가지고 있는 인도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에 4G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5G 관련 협력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왕의 동생)를 만난 것도 5G 및 정보기술(IT) 미래사업과 관련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AI와 시스템 반도체도 이 부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의 새로운 ‘성장엔진’이다. 지난해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된 직후인 3~4월 유럽과 북미 지역을 돌며 AI 연구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어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에 글로벌 AI 연구거점을 잇따라 구축했다. 지난 4월에는 통신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 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2030년까지 세계 1등으로 키우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의 거대한 산업 전환기는 삼성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이 부회장이 ‘국정 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 ‘삼성바이오 사태’에 대한 검찰의 집중 수사에 연연하지 않고 그룹의 ‘미래 신산업’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