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서초구청장 "손바닥 뒤집듯 하는 서울시 정책에 충격"

"박원순, 초심으로 돌아오길"…"강남 재건축 규제는 행정권 남용" 주장
"기술직 인사중단은 야당 구청장 길들이기…생활 행정에 집중"
"정책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정말 충격이었습니다.손바닥 뒤집듯이 정책을 뒤집으면 도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내놓은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 "많이 놀랐다"며 작심한 듯 말을 꺼냈다.

조 구청장은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부지는 제가 부시장으로 있을 때부터 서울시가 당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의 경영 개선을 위해 상업시설과 공공주택 400호가 포함된 복합시설을 계획하고 있던 지역"이라며 "주택 400호가 느닷없이 1천200호로 바뀐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서초구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었다"며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발표한 역세권 공공주택 8만호 공급이라는 목표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일방적인 정책 변경"이라고 지적했다.지난 7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사당역 복합환승센터에는 2만2천㎡에 1천200호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면적 약 29만㎡ 규모로 건립되는 환승센터에는 판매시설, 업무·문화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조 구청장은 "이 일대는 손꼽히는 '교통지옥'"이라며 "상업·업무·교통이 융합된 복합 공간으로 개발해야지 현실을 외면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주택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구청장은 최근 발이 묶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인허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재건축 규제는 주민 재산권을 담보로 한 행정권 남용"이라며 "강북은 발전을 안 했으니 도와주고, 강남 3구는 발전해서 인허가를 내주기 어렵다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기계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서초구의 또 다른 숙원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다.서울 양재∼한남 IC 6㎞ 구간을 지하로 내려 고질적인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지상부에는 녹지 공원과 대형 상업시설을 짓는 구상이다.

그러나 3조원이 넘는 공사비와 각종 규제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조 구청장은 "도시재생의 큰 그림을 위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정부와 서울시가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조은희 구청장은 서울시 유일의 야당 구청장이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텃밭이었던 강남권에서조차 여당 바람이 불 때 초선 때보다 더 높은 득표율(52.4%)로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 초기 서울시와 협치를 강조했던 그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스스로 '왕따'라고 느낄 정도로 시와 관계가 얼어붙었다.

작년 말 불거진 기술직 인사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서울시는 서초구가 작년 12월 기술직인 도시관리국장 전출을 요청한 뒤 행정직 승진 계획을 발표하자 서초구를 올해 기술직 통합인사에서 제외했다.

서초구가 시와 자치구 간 통합인사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서초구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인사교류를 중단했다며 반발했다.

도시관리국장 전출 요청을 시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행정직 발령도 통합인사 제외 통보를 받은 후 불가피하게 이뤄졌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 왜곡된 인사행정의 문제점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시장 취임 후 외부 채용을 확대하다 보니 공무원들의 승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승진에 대한 기술직 공무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로구도 3년 전 기술직 4급 2명을 한 명으로 바꿨지만, 인사교류를 중단하지 않았다.

나를 길들인다고 서초구 기술직 265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조 구청장은 "내가 시장이라면 하나 있는 야당 구청장에게 더 잘 해주겠다.

박 시장이 대인의 풍모를 보여주면 좋을 텐데 아쉽다"는 말도 했다.
민선 7기 박원순 리더십에 대한 야당 구청장의 생각은 어떨까.

조 구청장은 "주변에서 박 시장이 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도시계획, 재건축 등 주민의 재산권이 걸린 정책들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박 시장은 '내가 하면 좋은 정책이니 따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리더십의) 방향이 공급자 중심으로 바뀐 것 같은데 시민의 이야기를 듣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구청장은 최근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주목받긴 했지만, 주변에서는 '생활 행정의 선구자'라고 말한다.

보도 그늘막(서리풀원두막)과 재활용 분리수거함(서리풀컵), 한파 쉼터, 바닥형 보행신호등, 출산 가정 산모돌보미 파견 등은 전국 단위 정책으로 이어졌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소통이라고 했다.

학교, 보육센터, 민방위 교육장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주민과 만나고, 자신의 휴대전화로도 직접 주민 의견을 받는다.

조 구청장은 "행정을 잘 하려면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며 "물은 99도에서 마지막 1도를 더해야 끓는다.

행정에서 1도를 더하는 힘이 주민을 향한 공감과 창의력"이라고 강조했다.

서초구는 올해 취약아동 교육, 청년 일자리, 중장년층 스마트 교육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3월 개소한 1인 가구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1인 가구와 반려동물 복지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달부터는 각종 보육 정책을 안내하는 '아이돌봄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보수·진보 이념을 넘어 생활 행정으로 나가야 한다.생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행정을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