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랠리카 효과'…모터 스포츠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

현대모터스포츠랠리팀이 지난달 열린 2019 월드랠리챔피언십(WRC) 5차전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지원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서 전 세계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제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며 “스포츠 경영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터 스포츠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
대표적인 게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참가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 대회 참가를 통해 고성능,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고 있다. 현대차의 레이싱팀인 현대모터스포츠팀은 올해도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경주대회 중 하나인 WRC에서 잇달아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WRC는 양산차를 경주용 차로 개조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세계 자동차 경주대회다. F1과 함께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모터스포츠 대회다.

모터스포츠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동차 종합 문화 축제 육성을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및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2014년부터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열린 ‘슈퍼볼(미국 프로풋볼 결승전)’ TV 중계에 신차 광고를 내보내는 마케팅도 하고 있다. 슈퍼볼은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1억 명 이상의 미국인이 시청할 정도로 광고 효과가 높다.

30초짜리 광고 단가는 500만달러(약 60억원)가량으로 분당 1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이 국내외 스포츠 마케팅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기아자동차는 테니스 선수인 정현을 후원해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강전에서 호주오픈이 낳은 스타 정현과 황제 로저 페더러가 맞붙으면서 ‘대박’을 치기도 했다. 기아차는 2002년부터 호주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다. 작년엔 한국인 스타 정현까지 등장하면서 홍보효과는 극대화됐다는 평가다.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정현 선수를 후원한다. 정현은 2022년까지 제네시스가 진출한 국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제네시스 차량을 지원받고, 경기복에 제네시스 로고를 달고 대회에 출전한다. 국내에서는 G80 스포츠 차량을 지원받고, 제네시스 신차가 출시되면 후원 차량을 신차로 바꿔 제공받는다.

30년 넘게 한국 양궁 이끌어

현대차그룹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선 프로스포츠 리그 활성화에 가장 앞장서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네 종목의 구단을 운영해 스포츠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전북 현대모터스FC(축구), 현대제철레드엔젤스(축구), 기아타이거즈(야구), 울산모비스피버스(농구),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남자배구), 현대건설힐스테이트(여자배구) 등 총 여섯 개의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현대차그룹은 양궁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양궁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던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을 본 뒤 양궁을 육성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듬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양궁단을 창단했다. 현대제철에는 남자양궁단을 만들었다.

정 회장은 네 차례 대한양궁협회장을 지냈고 1997년부터는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30년 넘게 한국 양궁을 위해 헌신했다는 의미다. 그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2005년 9대, 2009년 10대, 2013년 11대 회장에 이어 12대 회장 자리에도 올라 2020년까지 협회를 이끌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뛰어난 성적(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을 올린 양궁대표 선수단에 8억8000만원을 따로 포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한민국 양궁이 명실상부한 세계 양궁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