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문, 자주노선 강조…"제재 풀리기만 기다리는 것 어리석어"

'자주의 항로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자주노선'의 당위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조선노동당의 자주노선은 위대한 승리와 번영의 기치이다' 제목의 장문 논설에서 "세계사회주의 진영이 존재하던 시기에는 자주 문제가 주로 사대와 교조, 대국주의와의 투쟁 속에서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노선상 문제였다면, 오늘에 와서 자주는 적대세력들의 2중, 3중의 압박 속에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운명적인 문제, 강국건설 위업을 중도반단하는가, 끝까지 완성하는가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1960년대 김일성 주석이 천명했던 자주노선은 사회주의 진영 간의 노선상 갈등에 따른 것이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포스트 하노이' 노선으로 제시한 자주는 체제 존립의 사활과 직결됐다는 주장으로 그 심각성과 당위성을 부각한 셈이다.

논설은 "적대세력들의 제재봉쇄는 단순히 최악의 경제난을 조성해 민심을 와해시키고 제도를 전복하기 위한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립적 경제구조를 밑뿌리째 허물고 발전 잠재력을 완전히 파괴해 저들의 속국, 패권 야망실현의 전초기지로 만들자는 흉심"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라크와 리비아를 비롯한 일부 나라들의 교훈은 대국들의 비위를 아무리 잘 맞춰준다고 해도 결국에는 유혈적인 동란과 민족적 참화를 면치 못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내세운 '경제성장'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으며 '선(先)핵포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차례지는 것은 이라크·리비아와 같은 체제 붕괴와 혼란뿐이라는 북한 지도부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은 이어 "지금 세계여론은 조선반도 문제는 주변국들이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하든 조선의 전략적 결심과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평하고 있다"며 "이것이 자주 정치의 위력으로 쟁취한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이고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 최강 미국과 동등한 자격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한껏 높였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하노이 노딜'로 실추된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치켜세우려는 속내로 모인다.신문은 끝으로 "대국들의 갖은 압력을 이겨내며 자체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며 주민들에게 "그 누구에게 기대를 걸거나 제재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환상과 의존심, 수입병을 털어버리고, 외부의 원조 없이 성장할 수 없다는 사대주의와 패배주의적 관점도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