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불안에 큰손들 주가 급락 대비·안전자산 찾는다

美ETF 2주간 26조원 순유출…미중 주식비중 축소·美국채 확대
무역전쟁 봉합국면에 들어섰던 미국·중국 관계가 최근 갈등 고조로 반전을 맞으면서 투자자들도 급격히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펀드 매니저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미·중 주식 비중을 낮추고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2주 동안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는 220억 달러(약 26조2천억원) 넘는 자금 순 유출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위험자산인 주식 가치는 흔히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흔들릴 때 떨어진다.지난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펀드 매니저들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3분의 1을 넘는 응답자가 향후 3개월간 주가 급락세에 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응답률이다.

중국 경제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규모라는 점에서 미·중 관계 악화는 구리, 니켈 등 금속 가격에 타격이 되고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 가치를 2년 만의 최저로 끌어내리는 등 세계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브랜디와인 글로벌에서 채권 투자자금 550억 달러(약 65조6천억원)를 운용하는 잭 매킨타이어는 미·중 관계가 악화하자 미국 주가가 10% 이상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미 확대한 미국 국채 채권 비중을 더 늘렸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모나 마하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식을 팔고 풋옵션(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사들임으로써 미·중 주식에 대한 위험 노출도(익스포저)를 낮췄다.

그는 "추가 관세 위험이 커지면서 당국에 기대되던 원만한 해결로부터 펀더멘털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미·중 갈등의 위기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인베스코의 제니퍼 하트빅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초 미·중 합의 기대감을 타고 하이일드(정크)본드 가격이 올랐을 때 이에 대한 비중을 줄였다가 최근 무역 갈등이 심해지자 이를 기회로 엿보고 있다.

그는 "(무역 갈등이) 희소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더 매력적인 평가가치를 찾을 기회라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