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데이터센터 급한데…주민은 반대·용인시는 '나몰라라'
입력
수정
지면A18
AI·클라우드 구동 필수시설인데네이버가 경기 용인에 새 데이터센터를 짓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주민의 반대로 관련 행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용인시청이 중간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해외 기업에 맞서려면 국내 업체의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4차 산업혁명의 핵심 ‘데이터센터’네이버는 2017년 용인 공세동 일대(약 14만9633㎡)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는 등 ‘클라우드 첨단산업단지(공세동 프로젝트)’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강원 춘천에 구축한 ‘각(閣)’에 이은 두 번째 데이터센터다. 네이버는 공세동 일대에 2023년까지 5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자파 우려한 주민 반대로
첫 삽도 못 뜨고 '지지부진'
AWS·MS는 국내 도심서 운영
데이터센터는 IT 기반의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는 시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을 구동하기 위한 공간이다. 네이버는 새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자율주행자동차,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 등에 따라 급증할 데이터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해외 기업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서울 가산동, MS는 경기 평촌 등 도심에 있는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한국은 국내외 클라우드 기업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과 오라클도 국내에 클라우드 서비스용 데이터센터를 속속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용인 데이터센터 건설의 첫 삽을 뜨지 못했다. 해당 지역에서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정부의 산업단지 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로 관련 행정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건강을 위협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특고압 전기공급시설에서 전자파가 발생할 수 있고, 비상발전시설·냉각탑에서 오염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데이터센터 부지는 공세초교와 공세동 대주피오레아파트 사이에 있다.첫 삽도 못 뜨고 좌초되나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미래전파공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일상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극저주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극저주파를 발암물질 기준으로 피클, 젓갈과 같은 등급(2B)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자파 국제권고 기준은 2000mG다. 춘천 데이터센터 각과 주변의 전자파는 일반 가정집보다 낮아 1mG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네이버 관계자는 “냉각수도 수돗물이 증발돼 수증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인근 대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구글의 싱가포르 데이터센터는 초등학교 인근에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용인시청의 어정쩡한 태도가 네이버와 인근 주민의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인시청은 관련 문제를 네이버가 알아서 해결하길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설립을 두고 주민들 의견이 엇갈려 네이버에 주민을 설득할 것을 검토의견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2017년 네이버가 용인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할 때와는 크게 다른 태도다.
당시 정찬민 용인시장은 네이버를 방문해 투자를 당부하는 등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용인시장이 바뀌자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꼬이기 시작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용인시청이 네이버에 일정 규모의 고용 창출을 요구한 것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같은 첨단 IT 시설은 일자리보다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첨단산업단지로 지정될 경우 데이터센터 외에 관련 연구소 등도 세워 고용효과가 추가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이 들어선 춘천시에서 직원 500명이 넘는 자회사 인컴즈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네이버의 용인 데이터센터 건립이 지지부진하자 경기 파주와 안양, 부산 등 다른 지자체에서 네이버에 유치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