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이병헌·한효주도…너도나도 부동산 법인 만드는 까닭

9·13 대책 이후 법인 부동산투자↑
절세 목적…취득세 중과 등 단점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법인 설립이 급증하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사실 부동산 법인 설립은 임대소득자들에겐 이미 유용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병헌, 한효주 등 연예인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던 부동산 법인이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연예인도 앞다퉈 법인 설립법인 이름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면 임대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 개인의 경우 임대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율이 6%(임대소득 1200만원 이하)~42%(임대소득 5억원 초과)다. 반면 법인세는 10%(2억원 이하)~25%(200억원 초과)에 그친다. 이뿐 아니라 증여세, 취득세 등 법인을 이용해 절세를 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넓다.

고가의 건물을 소유한 연예인도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매입했다. 배우 이병헌 씨는 작년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260억원의 빌딩을 사들였다. 월세, 관리비 등 1억2000만원의 임대수익이 나오고 있다. 배우 권상우 씨는 서울시 강서구에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 케이지필름 명의로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280억원의 건물을 매입했다. 배우 한효주 씨도 주식회사 HYO를 설립해 작년 5월 서울 은평구 갈현동 소재 한 빌딩을 27억 원에 사들였다. 황정음, 공효진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법인 명의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세 목적 부동산 법인 급격히 증가
최근 더 빠른 속도로 부동산 법인 설립이 증가하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동산 법인이 3151개 설립됐다. 규제가 강하지 않던 2017년 4분기(2161개)에 비해 1000개 가까이 늘어났다. 부동산 법인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점은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부터다. 작년 3분기에는 2297개 신설 부동산 법인이 세워졌지만 4분기 2957개로 급격히 늘어났다.

부동산 법인의 부동산 거래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거래된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 중에서 법인이 매입한 주택 비중이 급증했다. 작년 1분기에는 전체 매입에서 법인·조합·지방자치단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11.2%였지만 올해 1분기엔 21.9%에 달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법인 명의로 주택을 사서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다주택자, 양도세도 절약 가능

세무업계에 따르면 다주택자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법인 설립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두 채인 상황에서 매각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기본세율(6~42%)에 10%포인트를 가산한다. 세 채 이상일 경우에는 20%포인트를 가산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한다. 3주택 이상인 경우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최고세율은 무려 68.2%에 달한다. 또한 이렇게 무거운 세율이 적용되는 주택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법인은 주택을 매각할 때 법인세를 낸다. 다른 소득과 합산해 10~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해 법인세를 계산한다. 그리고 주택 매매차익에 대해 10%의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한다. 법인은 주택을 매각할 때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주택 매매차익에 대해 10%를 가산해 법인세를 계산하는 것이다.

가령 1억원의 양도차익을 얻는 2주택자는 기본 양도소득세 35%에 10%포인트가 중과돼 45%를 부담하지만 법인의 경우 기본 법인세 10%에 10%포인트가 중과돼 20%만 부담하면 된다.

종합부동산세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법인을 세워 분산 소유하면 보유세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에서 15억원의 아파트 두 가구를 보유할 경우 법인 명의로 분산하면 연간 25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취득세 중과 등 단점도

하지만 법인의 잉여금(임대소득 순이익의 누적액)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때 추가로 소득세가 과세되므로 단순히 세율이 낮다는 이유로 법인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주택을 구입하는 단계에서는 법인이 다소 불리하다. 개인이 일반 부동산을 매매로 구입하면 취득세는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까지 포함해 4.6%를 납부한다. 주택을 구입할 때는 가격에 따라 적게는 1.1%에서 많게는 3.5%의 세율로 취득세를 부담한다. 법인도 원칙적으로 개인과 같은 세율로 취득세를 납부한다. 다만 5년 이내에 설립된 법인이 과밀억제권역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면 취득세를 9.4%의 세율로 무겁게 부담한다. 5년이 경과한 이후에도 본점 및 지점 설치, 전입 등을 목적으로 과밀억제권역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면 취득세는 9.4%의 세율로 과세된다. 개인으로 구입할 때 부담하는 취득세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세금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법인 유지를 위해선 기장 부가세신고 등을 위한 다양한 비용이 지출된다”며 “장단점을 잘 비교해본 뒤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부동산 투자를 꾸준히 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자신이 있는 투자자라면 법인 설립을 고려할 만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