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이마트 vs '실적 회복' 월마트…"문제는 온라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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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1분기 온라인부문 영업적자 108억원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의 실적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 1위 이마트는 계속된 부진으로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월마트는 북미 지역 할인점 호조와 온라인 부분에서의 깜짝 실적으로 웃고 있다.
월마트 온라인 부문 총 거래액 약 37% 증가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4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6% 줄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5854억원으로 11.7%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697억원으로 44.0% 감소했다.이마트가 크게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사업부인 오프라인 할인점의 영업이익이 29.5% 급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1분기에 할인점 기존점 성장률에서 1.8%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4월만 떼어놓고 보면 7.4% 역성장을 기록해 실적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트레이더스의 영업이익 성장률이 4.7%로 둔화됐고 신규 편입된 '쓱닷컴'도 1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전문점은 노브랜드의 개선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츠(H&B스토어), 삐에로쇼핑의 신규 출점이 집중되면서 초기 투자비 등으로 2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연결자회사 중에서는 조선호텔이 레스케이프호텔 오픈으로 영업적자가 47억원 증가했으며 신세계푸드도 단체급식 매출 부진 등으로 영업이익이 68억원 줄었다"며 "쿠팡 등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이 식품과 비식품 모든 카테고리에 걸쳐 심화되고 있고 일부 주요 점포의 리뉴얼까지 겹쳐 성장률이 정체됐다"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현대차증권, KB증권 등은 이마트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렸다.
반면 월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229억달러(한화 약 146조8000억원), 49억달러(한화 약 5조8530억원)로, 영업이익 기준 시장 기대치인 47억달러(한화 약 5조6141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인수한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Flipkart)' 영업손실이 반영됐지만 본업인 북미 할인점 실적 호조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월마트의 북미 할인점 기존점 신장률은 3.4%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9년만에 가장 좋은 성적에 해당한다. 이커머스 부문은 총거래액이 약 37% 증가하며 기존점 신장률에 1.4%p 가량 기여했다. 오프라인 성적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상당한 호실적이라는 평가다.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월마트의 최근 행보는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전달한다"며 "미국 유통시장은 아마존이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며 경쟁구도가 끝난 것으로 보였으나 할인점 업체가 가진 신선식품 부문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해당 부문에서만큼은 충분히 맞대응이 가능함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가 역시 연초 대비 10.6% 상승하는 등 한국 업체들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한국 할인점업체들은 월마트와 달리 오프라인 기존점 부진과 온라인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월마트의 호실적에 대해 온라인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더그 맥밀런 CEO와 경영진은 아마존의 온라인 공세에 대응해 월마트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하고 온라인 주문과 픽업 서비스, 식료품 배송 서비스, 매장 내 무인 로봇 등을 도입했다. 그는 지난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공격적으로 신선식품 배송과 픽업 서비스를 확대하고 소비자의 쇼핑 경험을 높일 디지털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여기에 더해 미국 경기 활성화로 소비 심리가 개선된 것이 월마트에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맥밀런 CEO는 "월마트의 호실적은 경기 호황의 혜택을 봤다"면서 "소비자들이 현재 미국 경제와 개인 재정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마트와 월마트는 각각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두 업체 모두 유통 업계를 현대화하면서 시장을 선도했지만 영업환경이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었고 그 대응을 어떻게 해왔는지가 지금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월마트가 아마존이라는 경쟁업체를 둬서 온라인 경쟁력을 끌어올린 게 지금의 효과를 봤다"면서 "이마트도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지만 시기가 다소 늦었고 쿠팡 등 기존의 업체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더 뛰어난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