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0회 이상 强小기업 방문…현장보다 좋은 스승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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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혼창통 최고위 과정'“방마다 조리기구가 있는데 대형 공용주방을 운영하는 이유는 뭔가요?”
남다른 강의실 밖 경영 수업
“임대료는 얼마인가요? 몇 가구가 건물을 공유하는 거죠?”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최고위과정인 ‘혼창통(魂創通) 경영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지난 20일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공유주거 사업 현장을 찾았다. 건물에 입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근래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공유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것이다.
강의는 교수가 아니라 김서윤 패스트파이브 이사가 직접 맡았다. 꽉 막힌 강의실 대신 옥상과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선 채로 강의가 이뤄졌다. 현장에 온 20여 명의 혼창통 수강생들은 1층부터 옥상까지 공유주거 건물 곳곳을 누비며 끊임없이 김 이사에게 질문을 던졌다.年 10회 이상 현장 향하는 혼창통혼, 창, 통은 각각 비전과 창의, 소통을 의미한다. 책 《혼창통》의 저자이자 혼창통 최고위과정을 이끄는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을 이끄는 세 가지 가치는 언제나 현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혼창통 과정은 거의 모든 강의가 사례와 체험 위주로 짜여 있다.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1년 동안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강생들은 최소한 열 차례 이상 기업을 방문한다. 현재 혼창통 과정을 듣고 있는 4기 수강생들은 지난 가을학기에 준오헤어, 마이다스아이티 등을 방문했고,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의 안면인식 기술 업체인 FACE++, 알리바바가 인수한 회원제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셴성을 찾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카카오, 이디야, 삼구아이엔씨 등을 견학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현장 방문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 교수는 “현장에 가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며 “현장보다 좋은 선생님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고위과정을 듣는 분들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이론과 실무 능력을 모두 겸비한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새로운 산업 현장에서의 생생한 목소리이기 때문에 주입식 강의보다는 현장 위주의 커리큘럼을 꾸렸다”고 말했다.강의실에서의 수업도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의 연사가 일화를 직접 소개하는 체험형 강의가 대부분이다. 독서 모임을 상업화한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으로 유명한 영화사 NEW의 장경익 대표 등이 한 차례씩 강의했다.
혼창통 과정을 수료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삶을 직접 개척한 강사들을 초청해 현실과 이론을 가로지르는 강의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다양한 강사진은 쉽게 모방하기 힘든 혼창통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졸업생도 다시 와서 듣는 현장 강의이날 패스트파이브 방문 현장엔 올해 혼창통 과정을 수강 중인 4기 학생뿐만 아니라 1~3기 졸업생들도 함께했다. 과정을 수료하더라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현장 방문에 동행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장에 가기 전 항상 졸업생 전원에게 방문 일정을 공유한다.
혼창통 졸업생인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부사장은 “연초마다 혼창통 수업 일정을 달력에 표시해온 지 4년째”라며 “혼창통을 통해 거래관계나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훌륭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졸업생까지 다시 찾아오는 이유에 대해 “방문하는 현장 기업이 대부분 새로 주목받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과정은 대기업 임원이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기업에 대해선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낸 중소·중견기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이 과정을 수료한 김좌일 롯데렌탈 상무는 “작지만 강한 중견기업들의 훌륭한 사례를 접하면서 그들의 비전, 도전정신, 소통의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졸업생인 정상권 국민은행 본부장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