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마 “JW중외제약 아토피 신약 내년 글로벌 임상 추진”

한-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 글로벌 피부과 1위 제약사 레오파마 부대표 방한
작년 8월 JW중외제약의 아토피 신약 4800억원에 라이센스인‥내년 글로벌 임상2상 추진
"지금까지 임상에서 안전성, 효능 뛰어나…혁신 신약으로 가능성에 큰 기대"
다른 한국 제약바이오회사와도 추가 파트너십 논의 중...오픈이노베이션 확대할 계획
니클라스 닐슨 레오파마 R&D 오픈이노베이션 총괄(왼쪽)과 킴 도멜라 큘러 레오파마 글로벌 R&D 부대표.
“내년에는 JW중외제약의 아토피 신약이 글로벌 임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겁니다.”

킴 도멜라 큘러 레오파마 글로벌 R&D 부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임상 결과 안전성 뿐만 아니라 효능 측면에서도 자신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레오파마는 피부과 분야에서 전세계 1위인 덴마크 제약회사다. 지난해 8월 JW중외제약이 개발 중이던 아토피 신약 ‘JW1601’을 총 4억200만 달러(4800억여원)에 라이센스 인(기술도입)했다. 이 계약으로 JW중외제약은 계약금 1700만 달러(200억여원)를 받았다. JW중외제약이 창립 73년 만에 이뤄낸 첫 글로벌 기술수출이었다. 게다가 전임상(동물임상) 단계에서 이뤄진 대형 계약이라는 점에서 국내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임상이 본격화되기 전에도 대규모 기술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국과 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방한한 큘러 부대표와 니클라스 닐슨 레오파마 R&D 오픈이노베이션 총괄에게 JW1601의 임상 계획과 자사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JW중외제약의 아토피 신약을 기술도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JW중외제약과 컨택한 게 2017년, 관련 계약은 2018년 8월에 체결했다. 파트너십이 진행이 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그 이유는 두 회사가 바라보는 방향이 같았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었고 레오파마는 피부과에 집중해왔다. 결국 일맥상통하는 목표를 가진 회사들이 만났다. JW중외제약은 한국시장에서 JW1601를 직접 개발해서 판매하길 원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해외 진출을 위해 글로벌 피부과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레오파마는 그런 입지를 가진 몇 안되는 회사였고 궁합이 맞는 파트너사였다.

전임상 단계인 JW1601를 기술도입하게 된 것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토피 환자는 경증이 70% 나머지 30%가 중증도나 중증이다. 그 안에서도 세분화하면 중증도가 20% 중증이 10%다. 경증 환자는 크림 제제를 도포해서 치료하고 중증 환자는 생물학적 제제 주사제를 사용한다. 그런데 경증과 중증 중간인 중등도 질환 환자들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환자들은 주사제를 자꾸 맞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JW1601은 경구제제로 개발돼 큰 이점이 있다. JW1601를 라이센스 인하면서 레오파마는 국소제제, 국소도포제제 주사제 이외에도 경구제제까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에서 포괄적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킴 도멜라 큘러 레오파마 글로벌 R&D 부대표.
▶ 한국 제약사와는 첫 파트너십인데.

“한국 제약사의 후보물질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그렇다고 주저하거나 우려한 점은 없었다. 한국은 덴마크와 생각보다 유사점이 많은 국가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고 교육 통한 인재 양성 통해서 많은 것을 이뤄낸 국가다. 한국은 IT 전자 등을 주력 산업으로 키우다가 이제는 헬스케어 쪽에 투자하고 있다. 덴마크도 농경산업에서 공업, 헬스케어로 주력 산업의 방향 전환해 이제 제약산업이 덴마크 최대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한국과 덴마크가 비슷하다보니 JW중외제약과 여러가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계약을 체결하는데 상호작용이 잘 이뤄졌다. 스웨덴 같은 국가와 일하는 것보다 훨씬 원활했다. 얼마나 빠르게 계약을 체결했느냐가 얼마나 한국과 호흡이 잘맞았었는지 보여주는 단적 사례다. 이런 딜은 상당히 복잡해서 1년 만에 체결되는 경우가 드물다. 지금까지 파트너십 중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은 정부가 헬스케어 분야에 지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넥트라는 임상시험사업개발단이 마련돼있어 1상 연구는 서울대병원에 훌륭하게 인프라가 세팅이 돼있다.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과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길 기대하고 있다. JW중외제약과 파트너십 이외에도 새로 창업하거나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텍이나 학계, 연구자들이 기초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오파마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 단계의 후보물질을 무료로 테스트하고 잠재력을 판단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한국 바이오벤처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JW1601의 향후 임상 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JW중외제약이 한국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내년에 글로벌 2상 연구를 진행한다. JW중외제약과 물질에 대한 임상 연구 개발 계획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잡았다. 최대한 단시간 내 출시할 계획이다. 그 이유는 이 치료제가 단순히 환자들의 아토피 피부염 염증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중요한 증상인 가려움 완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피부발진, 습진으로 인한 가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가려움증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고 최대한 각각 임상연구 단계를 단축해서 JW중외제약과 긴밀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회사 측에서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으며 광범위한 임상 연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임상은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관행상 신약 허가 신청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EMA), 일본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혁신신약(퍼스트 인 클래스)으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신약 개발 단계로 봤을 때 현재 단계인 임상1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봤던 전임상 단계 동물 데이터나 물질 작용 기전을 봤을 때 안전성 측면에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만한 결과를 얻었다. 다음이 유효성인데 동물연구모델이나 약물의 기전 생각하면 효능 측면에서도 꽤 자신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효과가 얼마나 좋을까하는 것이다. 항염증, 소염 효과는 아토피 피부염의 상당히 중요한 지표인 '이지 스코어'(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로 평가한다. 위약 대조군 대비해서 이물질이 가진 효능을 평가하는데, 위약 대조군 대비 델타값이 15% 이상이 나오면 치료제가 임상적으로 유효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된다. 최소 그 이상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항염증 효과 외에 큰 장점이 가려움증, 소양감을 감소시켜주는 것이다. 오픈이노베이션 모델로 평가를 거쳤는데, 동물 가려움증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였다. 이런 결과가 사람에서도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그 결과가 1,2상 확인되면 대규모 3상을 진행한다. 3상 연구결과 규모는 FDA의 결정이 영향을 미킨다. 요즘 연구는 꽤 큰 규모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혹시라도 안전성 문제가 3상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3상에서 임상시험 환자수가 늘어나면 예상치못한 이상 반응 나오는 경우가 없지 않다. JW1601은 물질의 작용기전을 감안했을 때 생각지 못한 이상 반응이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다. 성공적으로 개발을 완료해서 제품화돼서 출시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경쟁제품 대비 얼마나 우리 제품을 선택할지 예측이 쉽지 않지만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단순히 항염증 뿐만 아니라 가려움증에 효과가 있고 경구제제여서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니클라스 닐슨 레오파마 R&D 오픈이노베이션 총괄
▶ 레오파마는 후보 물질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외부에 개방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무엇인가.

“레오파마는 오픈이노베이션 연구 플랫폼을 다른 외부 주체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회사의 사명이 질환을 앓고있는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접하는 연구 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진들도 해법을 찾아내는데 많이 기여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연구개발의 전문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레오파마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선 플랫폼을 이용해 외부 물질 테스트하는 자체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아무런 단서 조항이 걸려 있지 않다. 저희는 외부 연구자들이 테스트를 의뢰하는 물질 구조를 알지 못한다. 구조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모델과 시스템을 통해 생성하게 되는 후보물질 관련 데이터의 모든 소유권도 연구자에 있다. 테스트에서 가능성이 보인다고 해서 우리에게 1차 선택권을 달라는 비즈니스 조항도 없다. 최대한 많은 물질에 대한 검토가 원활히 이뤄질수있도록 하는데 포커스를 둔다.”

▶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활용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절차가 따로 있나.

"오픈이노베이션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했다. 한국 바이오벤처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한국어 브로슈어도 만들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저희가 지금까지 수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신약 연구개발 기술을 공개했다. 다른 제약사들은 공개하지 않는 독자 정보도 우리는 공유한다. 어떤 모델이나 접근 통해 물질 효능과 잠재력을 평가하는지도 알려준다.

레오파마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통해 나의 후보물질 테스트하고 싶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측에 연락을 하고 계약을 체결해야한다. 물질이전계약을 해야하는데 연구자의 후보물질을 보호하고 보안을 목적으로 한다. 계약을 맺으면 레오파마에서 연구실에 바코드를 보내고 그 안에 후보물질 넣어서 배송하면 그에 대해 4가지 정도 분석검사를 진행하고 건선, 아토피 피부염 등 어떤 질환에 적용할만한지 검사한다. 여기에 2~3개월이 소요된다. 생성한 데이터는 보고서로 만들어져 원 연구자들에게 보내준다. 검사 이후 우리가 관심있는 데이터를 보게 되면 추후 연구협업 진행하기 위해 해당 연구진들이 의사를 타진하게 된다.

후보물질이 피부과 질환과 관련돼있지 않더라도 염증, 면역학 등어디와 관련된 것이든 상관이 없다. 레오파마가 원하는 직접적인 데이터는 피부과 질환과 관련된 것이지만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할 때는 필터링을 하지 않고 우리와 관심분야가 달라도 상관없이 자유롭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더라도 항암제 타겟 중 피부과와 중복되는 작용기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4년 동안 80여개 연구소와 제약바이오회사들과 800여개의 물질을 테스트했다. 그중 다수는 긍정적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는 성과가 있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연구진과 공동 저자로 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고 라이센스 인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 일본 제약사와 미국 대학과 기술도입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재 단계에서 가시화되진 않았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과 협업 계획은

“한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다. 비공개 계약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언급할 수는 없다. 레오파마는 미국 보스톤에 ‘사이언스&테크 허브’를 3년 전부터 운영하고 능동적으로 피부과 질환 쪽에 적용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찾는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물질을 찾으면 오픈이노베이션과 연계해 하나의 에코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사이언스&테크 허브가 성공적으로 운영돼 한국과 일본에서도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하려고 한다. 현재 최고의 과학자 4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이중 한국과 일본에 인력을 1명 새롭게 배정했다. 담당자가 1명이라고 해서 한국과 일본을 지원하는 모든 업무를 다해야하는 게 아니다. 이 사람이 한국에 있는 연구자와 컨택하면 물질이나 기술이 바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170명의 레오파마 동료들에게 연결해준다. 인당 170명의 일을 하는 셈이다. 한국의 바이오벤처와 제약사들이 상당히 흥미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있어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