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포지티브·소극행정` 3대 덫에 갇힌 한국 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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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상의 ‘경쟁국보다 불리한 신산업 규제사례 보고서’…한국 진입규제, 중국·이집트보다 높아
- 한국 신산업 진입장벽, 기득권 저항·포지티브 규제·소극행정 등 3대 덫에 갇혀우리나라 진입규제 수준이 중국은 물론 이집트보다 뒤쳐진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신산업 진입이 제한된 것은 기득권 저항, 포지티브 규제, 소극행정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국제연구기관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는 한국의 진입규제 환경을 조사대상 54개국 중 38위로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은 물론 이집트보다도 낮은 순위입니다.▲ 국가별 진입규제 환경 순위
# 기득권 저항 - “세계 1위 헬스케어 의료기기, 국내 출시 못하고 해외로”
스타트업 A사는 스마트폰앱으로 심방세동을 측정해 의사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1위로 뽑힐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지녔지만 국내 출시는 못한 채 유럽시장을 공략 중이다. 생체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원격의료에 해당돼 국내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대한상의는 ‘미국·일본·EU등 경쟁국보다 불리한 신산업분야의 대표규제 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의료, 바이오, ICT, 금융 등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 경쟁국보다 국내 진입규제 장벽이 높은 이유로 먼저 `기득권 저항`을 지적했습니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와도 기존 사업자가 반대하면 신산업은 허용되지 않고, 신규사업자는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실정이라며 원격의료 금지, 차량공유 금지, 각종 전문자격사 저항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특히 의료분야의 경우 미국·유럽·중국 등에서는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되고 있고 중국도 텐센트·바이두 등 ICT기업들이 원격의료를 접목한 다양한 헬스케어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 시범사업 시행만 십수년째입니다.대한상의는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득권 저항에 의해 진입 자체를 막거나, 엄격한 요건을 설정해 진입장벽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법만 하더라도 기득권층의 반대와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로 20년째 시범사업만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도 “규제개혁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등 기득권의 반발이 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개혁여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정한 뒤에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관계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포지티브 규제 - “DTC유전자 검사항목에 막힌 바이오사, 日에 법인 설립”
유전자검사업체 B사는 침으로 유전자정보를 분석해 질병예측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출시를 못했다. 국내에서는 유전자검사가 비만, 탈모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되어 치매나 암 등의 질병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C사는 암을 비롯해 300여개 이상 항목의 검사가 가능한 일본에 법인을 세워야만 했다.
대한상의는 시대착오적 포지티브 규제도 여전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경쟁국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혁신활동을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해진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포지티브 규제로 혁신활동이 봉쇄되고 있다는 겁니다.
DTC 유전자검사 항목 규제가 대표적으로 국내는 체지방, 탈모 등과 관련한 12개 항목만 허용해 왔다가 최근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해 간신히 13개 항목을 추가로 허용한 반면 영국, 중국은 DTC 검사 항목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미국도 검사 항목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욱 KDI 규제센터장은 “최근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검사항목 확대를 위한 규제특례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선 상당히 부족하다”며 “건별 심사를 통해 샌드박스에서 승인 받은 사업만 가능하도록 한 현재의 ‘포지티브’ 방식으론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혁신과 숙박공유도 포지티브 장벽에 갇혀 있습니다.
핀테크업체가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펀드상품을 개발해도 법으로 정해진 펀드만 판매할 수 있는 규제 때문에 상품출시를 못하고 있고, 도심형 숙박공유업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등 법으로 일일이 나열해 허용하고 있어 외국인만 이용가능하고 내국인은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대한상의는 “정한 것만 허용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방식 하에서는 기업은 일을 벌이기가 힘들고, 혁신기업 출현도 요원할 것”이라며 “중국 등 경쟁국이 규제 않는 분야에선 필수 규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를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 소극행정 - “업체대표가 이공계 전공자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하는 벤처기업 인증”
인사노무 업체 대표 C씨는 IT기반 HR로의 업종전환 후 벤처기업 인증을 신청했지만 이공계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했다. ‘전공’ 탓이었다. 모자란 점수를 채우기 위해 보충할 자료를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찾아 제출했고, 겨우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IT벤처 대표 B씨는 이공계 전공이 아니라는 지적에 관련 학위를 취득한 끝에 관련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공무원들의 소극행정을 규제장벽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해도 각종 행정편의주의, 규제의존증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 앞에 번번이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기업인들이 느끼기에는 해외공무원들은 규제완화를 돈 안드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고 보는 반면, 우리나라 공무원은 규제강화를 돈 안드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보는 인식차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대한상의는 “기득권과 포지티브 규제, 소극행정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아닌 혁신을 규제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탈규제원칙 하에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기득권을 걷어내고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통한 과감한 규제개혁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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