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손해 볼 일 없어"…스팩 공모에 돈 몰린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 급등에
기관투자가들 '관심 집중'
유진스팩4호 수요예측 '대박'
▶마켓인사이트 5월 22일 오후 2시18분

공모주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으로 꼽히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스팩 공모에 참여하려는 기관투자가가 몰리며 1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낸 사례도 최근 등장했다.
기관투자가 수요 급증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유진스팩4호는 지난 16~17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42.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올 들어 상장까지 마친 스팩 중 유진스팩4호를 제외하고 기관투자가의 물량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스팩은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이었다. 이 스팩은 21.0 대 1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올렸다.

유진스팩4호와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을 제외한 올해 상장 스팩 수요예측 경쟁률 평균치는 2.8 대 1이다. 스팩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긴 것은 지난해 9월 상장한 IBKS제10호스팩(118.8 대 1) 이후 8개월 만이다.스팩은 비상장회사와 합병해 해당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하는 통로역할을 한다. 정해진 기간(공모 후 30개월) 안에 비상장사와의 합병에 실패해 청산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을 돌려받고 정해진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안정적인 대신 기대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우량한 비상장사와 합병이 성사되면 스팩 주가가 뛰어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합병하지 못하고 청산하면 시중의 확정금리형 상품보다 낮은 수익률을 얻는 데 그칠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수요예측 경쟁률이 기본 100 대 1 이상을 기록했던 2015년 이후 스팩 공모 경쟁률은 그다지 치열한 편이 아니었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 고공행진 영향유진스팩4호가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올린 것은 직전에 상장한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은 지난 3일 코스닥시장 상장 후 이날까지 13거래일 중 6거래일에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지난 13일엔 공모가(2000원)의 네 배 수준인 7800원으로 장을 마친 뒤 조정에 들어가 이날엔 5300원에 마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와 관련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의 급등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도 “이 종목 강세를 계기로 공모가로 스팩에 투자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없다는 점 등이 부각돼 기관이 스팩을 주시하게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스팩 주가가 모두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조만간 스팩 가운데 옥석이 가려지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들어 5개 스팩이 신규 상장했고, 5개가 추가로 상장 일정을 확정지었다. 이들 이외에 이미 40여 개의 스팩이 상장돼 있다.

스팩 상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우량 비상장사를 발굴해 짝짓기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스팩 간 희비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다. 스팩 전문 투자자문사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비상장사와 스팩의 합병 건수는 연평균 10~15건이며, 나머지는 청산에 들어간다”며 “증권사의 스팩 공모자금 운용능력, 발기인들의 합병 대상 비상장사 발굴역량 등에 따라 스팩 공모의 흥행 여부가 크게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