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후예' 공방 격화…더 꼬인 국회 정상화

계속되는 '독재자' 난타전
이달 말 '국회 정상화' 불투명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과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가 22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소속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국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독재자 공방’으로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제 개편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에 대해 한국당에 유감을 밝히면서 국회를 정상화하려던 계획도 내부 반대로 실행이 불투명해졌다. 당초 이달 29일께로 예상됐던 국회 정상화 시기도 기약 없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국회 정상화 전 유감 표명 안 돼”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민주당 의원총회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의총에서 고소 취하는 절대 안 되고, 사과 발언도 안 된다는 강경한 발언들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 정상화와 맞물려 유감 표명을 먼저 하고, 그걸 전제 조건으로 정상화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한국당이) 조건 없이 국회 정상화에 임하면 적절한 (유감) 표현은 있을 수 있지만, 사과나 (패스트트랙) 철회를 전제 조건으로 하고 정상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나경원 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호프 미팅’을 한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4법’ 지정을 강행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패스트트랙 상정 과정에서 배제된 한국당에 국회 복귀 명분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 21일 정양석 한국당 수석부대표가 이원욱 민주당·이동섭 바른미래당 수석부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 및 철회를 요구하고,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위반 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 요구를 담은 합의문 초안을 전달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원내대표는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과도한 요구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어진 의총에서 사과나 고소 철회는 물론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내부 반대가 강하게 일면서 이 원내대표의 ‘화해 제스처’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2일 원내대표·중진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22일에도 이어진 ‘독재자 공방’

3당 원내대표의 맥주 회동으로 풀리는 듯하던 정국이 다시 급랭하고 있는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독재자 후예’ 논란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국당 일부 의원의 이른바 ‘5·18 망언’ 등을 겨냥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21일 인천 자유공원 연설에서 “진짜 독재자의 후예(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도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우면서 민주·한국당 간 갈등이 불거졌다.22일에도 ‘독재자 공방’은 이어졌다. 이주영 한국당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5·18을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구태를 보여줬다”며 “‘남로당의 후예가 아니라면 천안함 폭침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되돌려줘야 한다는 비아냥 소리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맞받아쳤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황 대표를 향해 “제1야당 대표로서 강경 발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당한 사람들이 주제넘게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 책임론’도 불거져정치권에서 당초 이달 말로 예상했던 국회 정상화 시기도 기약이 없어졌다. 3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20일 맥주 회동에서 ‘지난달 29일 국회 파행이 시작됐으니 한 달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정국 경색으로 국회 파행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대충 국회만 열면 된다는 식으로 유야무야하지 말고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와 원천무효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밖으로 나간 한국당에 돌아올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은 민주당과 청와대 몫”이라며 “청와대 태도를 보면 정국 경색 해소의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어제 문 대통령이 수석 보좌관·비서관 회의에서 ‘국회 파행의 장기화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개탄했는데, 이런 태도는 정말 무책임하고 답답하다”며 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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