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車업계 '칼바람', 눈 감는다고 한국만 피해갈 수 없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대대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과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으로 자동차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8월까지 사무직의 10%인 7000여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관리직 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 1월 전 직원의 10%인 4500명을 줄이겠다고 했고, GM도 지난해 11월 북미 5개 공장 폐쇄와 전 세계 사무직의 15%인 8000명 감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자동차업계는 “돈 더 달라”는 투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7개월의 파업 끝에 최근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합의했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21일 조합원 투표에서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받는 돈’이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단협에 앞서 기본급 6.8% 인상, 정규직 1만 명 충원,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 연장 등을 제시했다. 실적 급락으로 군산공장 폐쇄까지 겪은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성과급 250% 지급,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이들 회사가 처한 국내외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다.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을 우려한 르노 본사는 위탁생산이 끝나는 9월 이후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한 바 있다. 후속 물량이 끊어지면 생산량은 반토막 난다. 현대차 국내 공장들은 44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인 95만7000여 대에 그쳤다.

‘고비용 저효율’의 상징처럼 돼버린 한국 차업계 상황은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 그런데도 바깥 현실에는 눈 감고 당장 눈앞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기존 노사관계의 틀을 깨는,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글로벌 시장의 파고를 헤쳐갈 수 없다. 여기서 삐끗하면 추락은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