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타다 대표 무례하다" vs 이재웅 "이분 출마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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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느닷없이 작심 비판
발끈한 이재웅, 세 줄로 응수

최 위원장은 질문에 답하던 중 발언의 방향을 갑자기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로 돌렸다. 그는 ‘타다’ 서비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 대표를 “무례하고 이기적이다” “오만하다”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경제계에서는 최 위원장의 돌발 발언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장관급 인사가 감정 섞인 말로 기업가 개인을 비판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소관 분야도 아닌데 왜 이런 격한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했다. ‘개인적인 소신’이라는 견해부터 ‘그만큼 이 대표에 대한 정부 내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증거’라는 관측까지 다양했다.
이재웅 대표 작심 비판한 최 위원장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 분야 혁신 사업자를 돕겠다는 발언을 하던 중 “정부의 혁신 노력과 관련해 내가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이 대표가)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이건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혁신 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그간 이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와 택시업계를 계속해서 비판해왔다. 지난달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업상속공제 사후 관리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지금은 기득권을 강화할 때가 아니라 혁신성장에 ‘올인’해도 될까 말까 할 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공유서비스 ‘타다’의 종료를 요구하는 택시업계와도 수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택시업계의 생태계를 위협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지난 15일에는 한 택시기사가 분신해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택시업계는 이후 더 강하게 이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이에 대해 이 대표는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는 글을 쓰며 맞섰다. 그는 “세상의 변화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타다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기업가 개인을 협박해서야…”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 내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쌓여왔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혁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 4월 총선에서 표심의 중심에 있는 택시업계를 자극해선 안 된다는 청와대의 기류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최 위원장의 날선 비판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은 차갑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규제당국인 금융위를 이끄는 최 위원장의 발언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규제 칼날을 뽑겠다’는 협박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을 압박해 경영활동이 더 어려워졌다는 기업인들의 불만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관료가 기업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정부가 규제로 기업을 압박하던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 “출마와 무관”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와 카풀업체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도 논란에 가세했다. 이찬진 대표는 페이스북 댓글에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라고 썼다. 서 대표도 “(최 위원장의) 강원도 출마설이 있다 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이번 발언은 출마와 무관하다”며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 방법을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신영/윤희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