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운용사 절반이 적자…헤지펀드 '옥석 가리기'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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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라임자산운용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말 3조원대였던 순자산 규모가 올해 30조원을 넘어섰다.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으로 비싸지만 안정적인 성과를 낸다는 입소문에 고액자산가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돈은 일부 인기 운용사에 집중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부진한 운용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내몰렸다.
헤지펀드 업종 분석
31兆 헤지펀드 시장, 성적은 극과 극
○자산가들 “수익률보다 안정성 중요”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순자산은 31조3925억원(지난 16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말 12조4658억원에서 1년4개월여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육성을 취지로 ‘한국형 헤지펀드’를 도입한 지 7년5개월 만이다. 국내 전체 주식형 공모펀드(순자산 57조433억원)의 절반을 넘어섰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22조3408억원) 규모를 훨씬 앞질렀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국내 공모펀드 시장과 달리 헤지펀드 시장에 점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운용전략이 중위험·중수익을 선호하는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공모펀드에 비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다.
공매도를 활용해 주식시장의 방향성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한 메자닌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부자들은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작년 코스피지수는 연간 17.3% 하락했지만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0.3%로 선방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공모펀드는 15.9% 손실을 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안 투자처를 찾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헤지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주식형 펀드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채권, 메자닌 등 안정적인 자산을 절반 이상 담고 나머지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는 멀티 전략 헤지펀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산가들은 매년 꾸준히 4~8% 선에서 수익을 내는 상품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미국의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상품, 영화·항공기·호텔 등에 투자하는 상품까지 출시돼 투자자의 선택 폭이 더 넓어졌다.
○부진한 운용사는 ‘퇴출 경고등’헤지펀드 시장의 급성장 배경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전문 사모펀드 운용회사 설립 요건을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올해 초엔 다시 10억원으로 낮췄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전문사모운용사는 2016년 말 79개사에서 작년 말 169개사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모든 헤지펀드 운용사가 잘나가는 건 아니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운용사가 우후죽순 늘었지만 거의 절반이 적자를 보고 있다. 올해 말이면 자본금을 다 날리고 문을 닫는 운용사가 급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문사모운용사 169곳 중 47.3%인 80곳이 지난해 적자를 봤다. 작년 10월 시장이 단기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악화된 헤지펀드 운용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의 운용 취지가 무색하게 큰 손실을 본 업체가 많았다. 대신자산운용의 헤지펀드들은 작년 평균 29.51% 손실을 냈다. 트리니티(-26.57%), 파레토(-17.46%), 페트라(-15.64%), 마이퍼스트에셋(-11.66%) 등의 수익률도 부진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작년 자본금 기준이 낮아지면서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많이 생겼지만 시장 평균을 앞선 헤지펀드가 많지 않았다”며 “자본금 10억원으로 시작한 곳은 최소 1000억원은 운용해야 1%인 10억원이라도 벌 수 있는데 그마저 안 되면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지적했다.올해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스피지수의 성과를 따라가지 못하는 헤지펀드가 수두룩하다. 견디다 못한 일부 운용사는 지분을 넘기고 있다. 지난달에만 람다자산운용, 페트라자산운용, 지큐자산운용, 브로스자산운용, 비엔비자산운용 등이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했다. 한 헤지펀드운용사 대표는 “수익률이 안정적인 일부 인기 운용사에 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헤지펀드운용사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