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침체된 시장에 새 바람 불어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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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사 헤지펀드를 담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해 공모펀드 시장, 더 나아가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다. 또 사모펀드(PEF), 부동산 등 새로운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령화 저금리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무기가 필요하다”며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할 수 없는 펀드는 없다는 생각으로 고객 자산을 늘리기 위한 모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을 신청했습니다. 어떤 가능성을 보고 진출하는 것인가요.“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이 나지 않는 주식형 펀드만 내놓기 때문입니다. 액티브 펀드가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 펀드를 이기려면 성장하는 산업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 시장에도 그런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 투자 증가의 수혜를 입은 철강, 조선, 건설 등이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동차, 화학, 정유가 있었고, 그 뒤론 화장품, 음식료 등 중국 소비주가 빠르게 성장했죠. 최근 들어서는 2017년 랠리를 이끈 반도체 말고 성장하는 산업이 없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펀드가 필요합니다. 라임의 다양한 헤지펀드를 담아 연 7% 정도의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모재간접 펀드를 선보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놓은 펀드들은 모두 증권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주식투자 중심의 다른 헤지펀드들과는 달리 영화, PEF 등으로도 투자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주식만으로 돈을 버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낮아진 상황에 변동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불안하죠. 한국 주식시장은 고위험 고수익이 아니라 고위험 저수익으로 변했습니다. 고객들도 이를 알고 주식보다는 새로운 투자 방법을 사용하는 펀드를 선호합니다. 자산운용사의 목적은 주식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늘리는 것입니다.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수단은 중요하지 않습니다.”▷잘 모르는 분야에 진출해 성공하는 것이 더 어렵지는 않을까요.

“라임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때 혼자서 나가지 않습니다. 그 영역에서 가장 잘하는 전문가와 협업하죠. 그것이 저희의 강점입니다. 영화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영화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와 손잡았습니다. 내부 역량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펀드매니저뿐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를 적극 스카우트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변호사를 뽑은 데 이어 신용평가회사 연구원도 채용했습니다.”

▷자산운용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라임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라임이 지닌 강점은 무엇입니까.“좋은 사람들이 와서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즐겁게 일하는 것은 보상과 직결됩니다.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줬는데 보상이 없다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죠. 공모펀드를 운용하던 매니저들이 사모펀드로 이동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라임에서는 간단한 보상 논리를 설명합니다. 각 본부 매출에서 연봉, 퇴직금, 출장비 등 기본 비용을 차감한 뒤 남은 금액의 일정 부분을 주겠다는 식이지요. 수익이 났을 때 내가 얼마를 받는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운용보다는 경영으로 본인의 역할을 정한 이유가 있습니까.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경영자와 매니저 역할을 병행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회사 내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등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임은 전문가인 각 본부장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할 때는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기도 하지만 적당한 규모는 본부에서 실행하고 책임집니다. 그만큼 빠른 판단이 가능합니다.”▷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한국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구구조입니다. 올해부터 연간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3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는 본격화되죠. 부양해야 하는 인구는 올해부터 80만 명씩 늘어나는데 생산가능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관심 있는 국가는 어디입니까.

“인구구조라는 측면에서 베트남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구가 1억 명에 달하고, 평균 연령이 30세입니다. 교육열도 높아 문맹률이 2%밖에 안 됩니다. 유교문화권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베트남 등 신흥국은 주식보다는 부동산이 유망하다고 봅니다. 주식은 정책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주주자본주의도 성숙되지 않았고요. 주식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제일 먼저 돈을 빌려준 채권자, 즉 은행이 돈을 법니다. 이보다 조금 더 성숙하면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갑니다. 주주는 그다음입니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아직 멀었습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져서 바닥이라고 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올라갈 모멘텀도 부족하다고 봅니다. 시장이 오르려면 상장사들의 이익이 늘어나거나 밸류에이션 멀티플(배수)이 재조정돼야 합니다. 어느 쪽도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반도체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난 1분기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의 서버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줄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재고도 줄지 않았습니다. 코스피지수 2000선이 깨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0.9배 지지선은 의미가 없습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