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사이에서 난감…'화웨이와 거래' 정부 입장 주목

내달 한미정상회담서 거론될 수도
韓 "보안 문제 없도록 범정부 차원서 대응"
사드 사태 재현 우려속 "시장 선택에 맡겨야" 의견도
중국 최대 통신장비 생산업체 화웨이(華爲)를 거래제한 기업명단에 올린 미국이 한국에도 거래 제한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이 미중 간 무역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결렬 이후 상대국에 추가 관세를 꼬리 물기식으로 부과하는 등 보복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화웨이를 고리로 동맹국들에게도 동참을 촉구해 왔는데, 한국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23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한국 외교부에 여러 채널을 통해 화웨이 장비에 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고위급에서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해왔다"며 "화웨이의 보안 문제와 관련한 여러 우려가 제기되는만큼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미국은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백도어(인증받지 않고 전산망에 들어가 정보를 빼돌릴 장치)를 설치했다가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기밀을 탈취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표면상으로는 안보위협을 걱정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 기술을 선도하는 화웨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일본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 스마트폰 발매를 무기한 연기한 것과 달리 한국은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기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미국과 중국간 힘겨루기에서 중간에 끼어 한국이 피해를 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016년 7월 한국에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는데, 이를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중국이 한국에 보복조치를 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한국이 미국의 입장을 수용해 화웨이와 거래 제한 조치에 나선다면 중국이 가만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그러나 사드 때보다는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사드 배치와 달리 화웨이를 선택하는 문제는 안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무역규범, 국제질서 측면에서 접근해야 개별 시장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말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할 예정이라는 점이 한국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다면, 지난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인 한국으로서는 외면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