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냐 반(反)모디냐…인도, 총선 거치며 분열·반목 심화

정당 아닌 모디 중심 선거구도 형성…모디, '인도의 트럼프' 비판도
여권 승리로 나렌드라 모디(69) 총리의 재집권이 확실시되는 올해 인도 총선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다.개별 선거구 후보의 존재감은 흐릿해졌고, 오로지 친(親)모디냐 반(反)모디냐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나라여서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세력이 집권한다.

그간 총선은 선거구별로 후보를 내세운 정당 간 싸움 양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인물 중심으로 선거판이 형성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미국식 대통령선거 형태로 총선이 치러졌다는 것이다.

인물 간 대결의 핵심은 모디였다.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집권 인도국민당(BJP) 진영은 "모디를 지지하는 게 애국"이라며 모디와 힌두·국가 우선주의를 결합한 프레임을 전략적으로 앞세웠다.지난 2월 파키스탄과 군사충돌 후에는 안보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BJP 후보들은 지역 민생 공약보다는 모디가 재집권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기에 바빴다.

각 선거구에는 지역 후보보다는 모디 총리의 얼굴 사진이 더 많이 걸릴 정도였다.BJP 후보들은 "파키스탄으로 전투기를 보내 폭격할 수 있는 총리는 모디뿐"이라고 모디 총리의 결단력과 카리스마를 강조했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지난달 유세장에서 만난 BJP 지지자 차한 싱 바리얀은 "모디는 애국을 말하는 유일한 후보이며 글로벌 리더"라고 말했다.

반모디 진영도 '모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야당만의 비전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모디 총리를 공격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러면서 야권의 주요 지지층인 이슬람교도, 하층 카스트 등에 모디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선거 기간 인도 전체가 모디와 반모디 진영으로 갈라진 듯한 모양새였다.
특히 여권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해 종교, 민족, 지역 분열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모디 총리는 종종 '인도의 트럼프'로 불리며 비판을 받았다.

분열을 조장하며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치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미국 브라운대의 정치학자 아슈토시 바르시니는 워싱턴포스트에 "최근 인도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은 (정치권) 위쪽에서 내려왔다"며 "모디의 정치관이 사람들을 친구와 적으로 갈라놓았다"고 지적했다.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TIME)도 최근 호에서 "모디 총리는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하는 세속주의 등 인도가 신성시하던 여러 이념을 공격했다"며 인도 사회의 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