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문제해결 능력자…데이터와 만나면 미래 예측 가능"

특별 강연 - '한국 대표 수학자' 박형주 아주대 총장

고흐 僞作 찾는 대회서 미술 전문가 아닌 수학자가 우승
우버·자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성공적 사업모델 구축
< “4차 산업혁명 시대 수학 중요성 더 커져” > 박형주 아주대 총장이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학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는 게 박 총장의 설명이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08년 미국 공영방송 PBS가 운영하는 과학 전문 채널 ‘노바’는 위작이 많은 반 고흐 작품의 위작을 찾는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선 미술 전문가가 아닌 수학자가 우승했다. 미 프린스턴대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팀은 수학 함수를 활용해 위작을 성공적으로 가려냈다.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 때문이었다. 그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계산한 것도 수학이었다.한국을 대표하는 수학자인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23일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에서 ‘수학으로 초연결하라’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수학은 난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가진 학문”이라며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소량의 유용한 데이터도 수학 없이는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보다 문제 해결”

도브시 교수팀이 위작을 가려내기 위해 설정한 가설은 이렇다. ‘원작자는 일필휘지로 그린다. 반면 위작자는 원작과 같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주저하며 덧칠을 한다.’이 가설을 기반으로 주저함을 정량화해 위작을 찾아냈다. 이 해법을 적용하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하게 위작을 가려낼 수 있었다. 박 총장은 “위작에 숨겨진 주저함의 정도를 추적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수학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낸 사례”라고 소개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현장에서 수거한 범인의 지문을 분석하는 데도 수학을 활용한다. 보유하고 있는 수억 개의 지문을 대조해 같은 지문을 찾아내는 데 수학이 쓰인다.

박 총장은 “기술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미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기업 우버와 자라를 예로 들었다. 패스트패션업체 자라의 의류에 특별한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고객이 원하는 옷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한 사업 모델이 성공 요인이었다. 세계적인 승차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도 마찬가지다. 각종 보험료와 세금 등 자동차를 보유할 때 드는 비용보다 싸게 공유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성공했다. 여기에 수학적인 알고리즘이 활용됐다.그는 “수학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프라”라고 했다. 국제기구 유네스코는 2013년을 ‘지구 수학의 해(Year of MPE: Mathematics of Planet Earth)’로 지정했다. 기후변화, 지진, 전염병, 질병 감염경로 예측 등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을 널리 적용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박 총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빅데이터 속 해답, 수학이 찾아내”“빅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해답도 수학 알고리즘 없이는 찾을 수 없다”고 박 총장은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매일 책 5조 권(250경 바이트) 분량의 정보가 쏟아진다. 데이터가 쌓여도 여기서 유용한 데이터를 찾아내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는 “데이터 양이 워낙 방대해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빅데이터에서 불필요한 데이터를 제거해 스몰데이터로 바꾸는 데 수학적 알고리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도 수학이 쓰인다. 수학자가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아야스디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계산하고 당뇨병 처방까지 제공한다.박 총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아야스디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와 교육 분야 창업이 가장 활발하다”며 “한국은 규제 탓에 두 분야 창업이 막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