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혁신' 막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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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에 대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최 위원장은 23일에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위크 2019’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혁신의 승자가 패자를 이끌어야 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발언의 수위는 낮아졌지만, 비난의 요지는 여전했다.
기업인 '비난'에 경제계 충격
"기술혁신 마음껏 할 수 있겠나"
박신영 금융부 기자
경제계에선 최 위원장이 한 발언의 취지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특히 최 위원장이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도 최 위원장의 발언 직후 소셜미디어에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이나 사람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그 부분은 잘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기업인을 실망시킨 건 이런 ‘취지’가 아니었다. 최 위원장이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였다. 나라 경제를 짊어지는 중요한 축으로 기업인을 바라본다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는 표현부터 내뱉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공유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최 위원장의 발언은 ‘비판한다’보다 ‘혼쭐을 낸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고 말했다. 다른 정보기술(IT)업체 최고경영자(CEO)도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듯, 혹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 보였다”고 했다.
금융계엔 아직도 관료의 고압적인 모습이 남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은행 임원은 “요즘도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각 부처 장관이 은행장을 한데 불러 군기 잡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금융기술)업계에선 최 위원장이 과연 금융혁신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금융위가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넣은 서비스도 기존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은행과 보험사 등 각 금융회사의 대출조건을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대출모집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크다. 금융위는 이들 서비스에 대해 앞으로 최장 4년간 인허가 및 영업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금융위가 처음엔 규제를 완화했다가 훗날 기존 업계 종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규제에 나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