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큰 위협"…'화웨이 죽이기' 올인하는 美와 동맹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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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랙리스트에 화웨이 올리자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범위가 넓어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직후 구글, 인텔, 퀄컴 등 주요 정보기술(IT)업체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으며 이번엔 상원까지 나섰다. 여기에 영국 일본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 기업이 동참하고 있으며, 중국과 대립하는 대만의 기업들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보다 ‘화웨이 죽이기’가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구글·인텔·퀄컴 등 바로 거래중단
'화웨이 5G망 배제법안' 발의도
미국 상원까지 가세로이터통신과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22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인 로저 위커 상원 상무위원장 등 5명의 상원의원이 화웨이를 5세대(5G) 통신망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5명의 상원의원 중에는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포함돼 있어 이번 발의는 여야를 막론한 초당적인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법안은 미국의 지역 통신회사들이 화웨이와 ZTE 등의 장비를 배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지역 통신사가 5G 통신망에서 중국 업체의 장비를 퇴출시키고 대체하고자 하면 7억달러(약 835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구글, 인텔 등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도 화웨이에 자사 운영체제(OS)인 윈도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MS는 화웨이와의 거래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MS가 구글을 따라 거래를 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MS 공식 온라인몰에서 화웨이의 ‘메이트북X 프로’ 노트북이 조용히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다른 하드웨어 제품도 검색되지 않고 있다.
화웨이를 상대로 한 소송도 제기됐다. 미국 마이크로칩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시넥스는 이날 기업 비밀을 훔치려 한 혐의로 화웨이와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을 텍사스 연방법원에 고소했다.영국 일본 대만도 공조
일본 기업들은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전자기업 파나소닉은 23일 미국의 제재 준수를 이유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파나소닉은 미국 기업들로부터 조달한 부품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부품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다. 앞서 일본의 2위와 3위 통신업체인 소프트뱅크와 KDDI는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출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소니와 도시바, 무라타, 교세라 등 다른 일본 기업도 상황을 주시하며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해 모두 7000억엔(약 7조6000억원)어치의 부품을 일본에서 사들였다. 화웨이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기업은 100여 곳에 달한다.중화텔레콤과 타이완모바일, 파이스톤 등 대만의 5개 이동통신사도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통신사들은 구글의 화웨이 거래 중단으로 안드로이드 OS와 구글스토어에서 앱(응용프로그램)을 갱신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것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영국에선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으며, 보다폰 등의 통신사들도 새 화웨이 스마트폰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화웨이는 세계에 위협”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불렸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화웨이를 미국과 유럽에서 몰아내는 게 중국과 무역협상을 하는 것보다 열 배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배넌은 또 중국 기업들이 미국 자본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자신의 시간을 전부 쏟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 단계로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하는 것을 전면 차단하고 연기금과 보험회사들이 중국 공산당에 제공한 자금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