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만화 종주국 일본서 우뚝선 카카오

일본은 흔히 ‘만화 종주국’ ‘만화업계의 메이저리그’라고 불립니다. ‘드래곤볼’ ‘원피스’ ‘북두의 권’ 등 오래전부터 많은 한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고전’도 적지 않습니다. 만화의 일본어 표기인 ‘망가(まんが)’는 세계인들에게 만화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일 정도 입니다. 그런 일본 만화 시장에서 한국 정보기술(IT)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됩니다.

카카오재팬은 23일 도쿄 롯폰기의 한 영화관에서 만화 플랫폼 ‘픽코마’ 출시 3주년 기념행사인 ‘픽코마 모노가타리(이야기) 2019’를 개최했습니다. 500여석의 영화관이 일본 언론과 만화 업계 관계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픽코마’는 스마트폰 등에서 만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픽코마는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전년대비 방문자수가 2.2배 늘었고, 매출은 2.7배 껑충 뛰었습니다. 올 1분기에도 방문자수는 전기 대비 32%증가했고, 매출은 전년대비 173% 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 순위에도 상위권에 포진했습니다. 픽코마는 지난해 일본 iOS와 구글플레이 만화앱 통합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일본 앱스토어의 ‘BEST OF 2018’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픽코마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서비스를 통해 일본 내 메이저 만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기다리면 무료’는 만화책 한 권을 여러 편으로 나눠 이용자가 한 편을 본 뒤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입니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 편을 보려면 요금을 내야 합니다. 유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거나 이용자의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평가했습니다.
특히 정밀한 독자분석과 신규시장 개척으로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는 모습입니다. 픽코마가 일본 광고회사 덴쓰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에서 만화를 접하는 매체로는 종이 단행본(39.6%)과 모바일앱(28.6%)이 양분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이 단행본 만화와 만화앱을 병용하는 이용자의 40.1%가 주4일 이상 만화를 보는 ‘열독자’라고 합니다. 이들 중에는 한 달 동안 만화에 쓰는 비용이 1000엔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39.3%에 달했습니다. 픽코마는 이들 만화 ‘하드유저’를 제1타깃으로 삼아 만화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전략을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어떤 만화를 좋아하는지 분석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의 특성을 적극 활용, 기존 종이매체로는 만화를 보지 않던 10~30대의 젊은 여성층을 새로운 독자로 대거 유입시켰습니다. ‘집토끼’는 키우고, ‘산토끼’도 모두 잡은 것입니다.

독자들이 언제 만화를 접하는지 세밀한 분석도 곁들였습니다. 독자들이 만화를 보는 시간 중 ‘통학시간’,‘ 통근시간’, ‘식사 중’, ‘목욕 중’ 처럼 다양한 점에 주목해 언제든 만화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만화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왜 만화를 보지 않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만화를 안보는 사람을 대상으로 만화시장을 개척하려는 준비도 진행 중입니다. 만화앱은 24시간 곁에 두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만큼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만화수요를 창출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체 인공지능(AI) 추천기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만화가 끝나는 부분에서는 관련 유사작품을 추천하는 기술을 통해 전체 작품의 열람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픽코마의 콘텐츠 수가 지난해 4월 2205건에서 올 5월 6727건으로 3.1배 증가했다”며 “만화 서비스 사업의 핵심은 양질의 콘텐츠라고 보는 만큼 콘텐츠 확보에 더 공을 들이고 만화를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 등으로 영상화하는 사업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만화 강국 일본에서 대표 만화 플랫폼 서비스로 커나가고 있는 카카오의 ‘픽코마’가 앞으로 어디까지 변신하고 발전해 나갈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