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상, 또 "문 대통령 책임"…외교결례 지적에도 재차 거론

강경화 장관과 회담서 "국무총리 위 文대통령이 대책 생각해야"
"징용문제, 6월 말 G20까지 해결되는 것이 한일관계에 바람직"
日정부 고위관계자, 일각 제기 재단설립 방안에 "검토할 가치 없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직접 언급했다고 교도통신이 24일 보도했다.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고노 외무상이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3권 분립 원칙을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총리의 위에 있는 문 대통령이 대응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급 인사가 격에 맞지 않게 국가 원수인 문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으로, 고노 외무상은 지난 21일 자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문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한 고노 외무상의 지난 21일 발언을 놓고 이미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같은 주장을 한 것이어서 '의도적 도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이에 고노 외무상은 "개인의 감정을 우선할 것이 아니라, 국제법 위반의 상황이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회담에서 강 장관이 고노 외무상이 요구한 강제징용 문제 관련 중재위원회 개최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회담 후 고노 외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말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면서 "그때 문제가 해결돼 있는 것이 한일관계에 바람직하다"며 6월 말까지 한국에 대응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한국이 한일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회담 실현에 강제징용 문제의 진전이 조건이라는 인식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제징용 소송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이 배상에 응하면 그 대신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해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징용 피해자와 유족에게 보상하는 방안이 한일 갈등 해결책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재단 설립 주장과 관련해 "검토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한국 정부가 재단 설립을 해결책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일부 정치권이나 학자 사이에서 나오는 주장으로, 한국 정부는 요미우리의 보도를 부인했지만 아사히신문은 이날 다시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했다.이와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그런 얘기는 한국에서 듣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중재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