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친 펠로시" vs 펠로시 "가족이나 참모들이 말려달라"

이틀째 험한 설전…트럼프 "펠로시 완전히 미쳤다.난 안정적인 천재"

펠로시 "수정헌법 25조도 좋은 아이디어…더 대통령답게 행동하면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틀째 험한 말을 주고받았다.

하원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각종 조사를 계기로 시작된 두 사람의 언쟁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힘겨루기를 넘어 서로의 정신 건강을 운운하는 볼썽사나운 말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펠로시 의장을 가리켜 "나는 오랜 기간 그를 지켜봤는데 지금은 (과거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어제 그는 완전히 미쳤다"고 말했다.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의 회의를 3분 만에 끝낸 뒤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은폐에 관여했다"는 펠로시 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펠로시 의장은 정상이 아닌 사람"이라면서 "울부짖는 척(슈머), 미친 낸시"라고 불렀다.심지어 펠로시 의장을 향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자신이 민주당을 자극해 일부러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는 펠로시 의장의 주장에 대해선 "탄핵당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유권자들은 그런 절차를 우리나라에 나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그는 또 "난 극도로 안정적인 천재"라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초 나온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스스로를 '안정적인 천재'라고 묘사하며 이를 반박한 바 있다.

이날 백악관에서 농민들과 만나 농가 지원방안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자신이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의에서 '성질'을 부렸다는 민주당 측 주장과 관련해 참모들을 일일히 불러 '증언'까지 시키는 코미디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어제 내가 어떤 성품을 보였느냐"고 묻자, 콘웨이 선임고문은 "매우 차분했고, 분노발작을 일으킨 적이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서 분노발작을 일으켰다는 펠로시 의장의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다른 참모들도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차분했다"고 앞다퉈 증언했다.
펠로시 의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오전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트럼프가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정신건강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고 AFP와 AP 통신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패턴을 지적하고 "난 미국의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

그의 가족이나 행정부 인사, 또는 참모가 국익을 위해 개입(intervention)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ntervention'이란 질병과 같은 어려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로이터 통신도 "아주 다루기 힘든 문제로 고생하는 개인의 행동을 개선하기를 바라면서 친척이나 친구, 동료들이 그와 맞서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아마도 그(트럼프 대통령)는 휴가를 가고 싶을지도 모른다"면서 '트럼프의 웰빙을 염려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가끔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하는 것에 그가 동의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바뀌어서 한 번은 그에게 '누가 이곳(백악관)을 책임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직무 박탈에 관한 조항인 수정헌법 25조를 가리켜 "좋은 아이디어다.

당 지도부 회의에 올려봐야겠다.

사실 거기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내각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여부를 판단하고 승계를 진행하는 세부 절차를 담았다.또한,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정적인 천재' 주장에 대해 트위터 글에서 "'극도로 안정적인 천재'가 더 대통령답게 행동하기 시작한다면 난 기꺼이 인프라, 무역과 그 밖의 다른 현안들에 대해 그와 협력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