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올 10월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을 보류하는 경우 국민 판단을 받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소비세 인상 방향 등에 대한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의 질의에 "리먼 쇼크 수준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상)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소비세율 인상에 대해 "사회 보장의 충실, 재정 건전성 등의 관점에서도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가능성에 대해선 "기본적으로는 (국민의) 신의를 묻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답할 수는 없다"는 신중론을 폈다.일본 정치권에서는 오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상원) 선거를 전후해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 계획을 보류하면서 임기가 남은 중의원(하원)을 조기 해산하고 중의원과 참의원 동시 선거(총선)를 치를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1989년 4월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도입했다.
3%로 시작한 소비세를 8년 만인 1997년 4월 5%로 올린 데 이어 2차 아베 정권 출범 후인 2014년 4월 8%로 인상했다.이후 10%로 올리는 정책을 추진해온 아베 정부는 경기 위축 우려가 제기되자 2차례 연기한 끝에 작년 10월에야 인상 시기를 올 10월로 확정했다.
아베 총리는 이전 2차례의 증세 연기 결정을 내린 효과로 2014년 중의원 선거와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런 배경에서 내달 26일 정기국회(통상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야당이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것에 맞춰 중의원 해산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일본에서는 야당이 정기국회 종료 직전에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최근 "야당이 불신임안을 제출하면 중의원 해산의 대의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야당이 반발하기도 했다.
야당이 불신임안을 제출할 경우 중의원을 조기에 해산하겠다고 사실상 협박했다는 이유에서다.
집권 자민당 지도부에서는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치를 경우 모든 선거 조직을 총가동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시각과 기존 의석보다 축소될 위험도 있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립정권을 이루는 공명당이 중의원 해산을 통한 중·참의원 동시 선거에 반대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정치 상황을 관망하면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