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안전한 곳 찾아보자'…금·달러로 몰려가는 투자자들

4개 시중은행 골드바 판매 3월 37억→4월 82억→5월엔 이미 100억원 돌파
국내 금 판매량이 급격히 불어나고 달러에도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금융시장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데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단위 조정) 추진설도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골드바 판매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신한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 4곳(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의 지난 22일 현재 5월 골드바 판매액은 107억4천만원으로 집계됐다.

골드바 월간 판매액은 지난해 12월 26억8천만원에서 올해 1월 24억6천만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2월 32억9천만원, 3월 37억1천만원으로 늘었고 4월 들어서는 81억7천만원으로 뛰더니 이번 달에는 22일 기준으로 이미 100억원 선을 돌파했다.금 거래량도 불어났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번 달 일평균 금 거래량(24일 기준)은 33.6kg으로 3월 17.2kg, 4월 22.0kg보다 대폭 늘어났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도 골드바 판매량이 4월 177kg을 넘었고 이번 달에는 220kg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경제 성장세 둔화,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불안 심리가 커진 데다 리디노미네이션 이슈가 가세해 골드바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슈가 됐다.서상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부장은 "고령층 고객은 다소 불안해하거나 금융자산보다 현물을 보유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을 주기도 한다"며 "화폐개혁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이 이슈 때문에 금과 달러를 사는 것은 다소 부화뇌동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의 인기도 커졌다.

시중은행 5곳(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달러화 정기예금은 이달 22일 기준 129억2천7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6천400만달러 증가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더해 지난달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상승 흐름을 보이자 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우룡 신한PWM방배센터 PB팀장은 "국내 경기가 불안하고 무역갈등이 있다 보니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나타나 달러와 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다만 "최근 환율이 급등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조정을 받은 이후 달러화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 실행될 경우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화 예금 인기는 화폐개혁 이슈와도 무관하지 않다.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실제로 화폐개혁이 이뤄진다면 원/달러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