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 켜고 안전운전하면 보험료 쭉쭉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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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인슈어테크 시대'AIA생명이 SK텔레콤과 손잡고 내놓은 ‘건강걷기’ 앱(응용프로그램)은 출시 8개월 만인 지난달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으로 측정한 운동량이 목표치를 넘기면 통신비 할인, 무료 쿠폰 등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DB손해보험은 지난달 28개 업무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시간을 잡아먹던 보고서 작성, 계약 관리, 모니터링 등을 로봇이 대신 처리해 연간 2만9000시간을 아낄 전망이다.
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손보사 '운전습관 연계보험' 출시
생보사, 운동·식습관 등 건강 관리 하면 보험료 깎아줘
요즘 보험업계 화두인 ‘인슈어테크’의 대표 사례들이다.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인 인슈어테크는 상품 개발, 계약 체결, 고객 관리 등 보험업무 전반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하는 것을 뜻한다.인슈어테크 어디까지 왔나
26일 금융감독원의 ‘보험회사 인슈어테크 활용 현황’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생명·손해보험사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인슈어테크 기술은 IoT다. 스마트기기로 사용자 정보를 실시간 수집·전송해 보험료 할인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자동차보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운전습관 연계보험(UBI)’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해상은 주행정보 수집이 가능한 운행정보기록장치(ODB)를 장착한 차량은 자동차보험료를 7% 깎아준다.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안전운전 요건을 충족하면 보험료를 5% 추가 할인한다. 삼성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은 내비게이션(길 안내) 앱 ‘T맵’을 켜고 일정 거리 이상 주행한 운전자가 안전운전 점수를 충족하면 보험료를 5~10% 내려주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운동, 식습관, 정기검진 등의 정보를 수집해 건강 관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쏠쏠한 혜택을 준다. 흥국생명은 스마트폰 앱으로 측정한 걸음 수가 하루평균 7000보 이상이면 보험료의 7%, 1만 보 이상이면 10%를 6개월 단위로 환급해준다.보험사 업무 효율성도 높여
빅데이터를 마케팅과 계약 심사 등에 활용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소비자에게 비슷한 연령·직업·소득 수준에서 많이 가입한 상품을 추천하고, 신규 계약의 사고 발생 위험을 예측해 위험이 낮으면 자동으로 인수한다. ‘수상한 징후’를 보이는 가입자, 설계사, 병원, 정비업체 등을 추려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데도 빅데이터 분석이 쓰인다.삼성생명, 라이나생명 등은 AI 기반 챗봇(채팅 로봇)으로 계약 조회, 대출 접수·상환, 보험금 청구·조회 등 업무를 연중무휴 24시간 처리한다. 또 안내장 서류 검수, 보험증권 발행, 고객 정보 입력 같은 단순 반복 업무는 RPA로 대체하는 추세다.
아직 걸음마 단계긴 하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실손보험금 지급 때 블록체인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한 번에 처리하는 기술을 임직원 대상으로 실험 중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자체 블록체인망을 구축해 모바일 보험증권 진위 검증 등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 위한 맞춤형 상품 늘어날 것”
인슈어테크 시대가 본격화하면 소비자는 더욱 다양한 상품을 접하고 보험사는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을 세분화하고 예측 정확도를 높여 맞춤형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IoT 기술로 가입자와 보험사가 상시 연결되면 사고 예방, 손실 최소화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슈어테크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규제 문제다. 중국만 보더라도 스마트기기로 혈당을 측정해 정상 범위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당뇨보험 등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처럼 다양한 건강증진형 보험의 출시를 유도하려면 의료행위와 비(非)의료행위 구분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유권해석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보험과 연계한 웨어러블 기기의 무상 지급, IT 벤처기업의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진입 등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현행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