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00배' 수출 효자 게임산업…'정신질환' 낙인찍기에 빨간불

WHO '게임중독=정신질환' 질병분류 개정안 통과
2022년 효력 발생, 우리나라는 2025년 도입될 듯

13조 규모 국내 게임산업, 수출 비중 40% 이상
e스포츠·캐릭터 제외하면 매출 '70%' 해외에서

질병코드 국내 도입시 3년간 매출은 10조원 줄어
고용규모 8700명 축소…"여론은 45.1% 질병도입 찬성"
국내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 게임 중독을 질병(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수출 효자 게임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의 해외 매출은 40억달러(4조7800억원) 규모로 전체 콘텐츠 수출의 60%를 견인했다. 영화의 100배, 음악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게임산업의 연간 매출은 13조원 정도로 e스포츠와 IP(지식재산권), 캐릭터 사업 등을 제외하면 7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분류하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2022년 1월 1일부로 효력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2025년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총괄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5년 주기로 개정되는데 이번 개정이 2020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4개 WHO 회원국 대부분이 2022년부터 WHO 개정안을 적용할 것으로 보여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게임산업은 곧장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게임중독을 예방하는 규제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WHO가 정의하는 게임 중독은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행위'를 말한다. 12개월 이상 게임을 지속할 경우 게임 중독으로 판정할 수 있다. 문제는 게임 중독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게임 중독을 진단하는 평가 기준, 게임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 게임 중독이 유발하는 증상 등이 구체화되지 않아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관련부처와 시민·학부모 단체, 게임업계 등이 함께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게임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합의점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는 오는 27일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 대책 준비위원회(업체·협회·학회 등 84개 조직 포함)를 구성해 반대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등재될 경우 2023~2025년 3년간 국내 게임시장 매출은 10조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또 8700명 규모의 고용 축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국내 여론은 게임 중독의 정신질환 분류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61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게임 중독을 술, 도박, 마약 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분류·관리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45.1%로 반대보다 9.0%p 높게 나왔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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