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파주 주민 분노의 집회…건설사들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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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후폭풍…수도권 '술렁'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경기 고양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 지역 주민들도 토지 강제 수용을 거부하며 시위에 나섰다.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에서 아파트 분양을 추진했던 건설사들도 미분양과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계약자들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을 둘러싸고 수도권 신도시 일대가 ‘집단 패닉’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일산·파주·검단 ‘김현미 아웃’지난 25일 일산동구청 앞에는 일산과 파주, 검단신도시연합회 소속 주민 5000여 명이 모여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2차 집회를 열었다.
"2기 신도시 완성이 먼저"
"3기 신도시 철회" 한 목소리
건설사 "정부 믿다 미분양 공포"
이날 오후 6시30분에 집회를 시작한 참가자들은 약 1.7㎞ 떨어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구 사무실(일산서구 주엽동)까지 행진해 ‘김현미 아웃, 3기 신도시 철회’ 등을 외치고 해산했다. 일산신도시연합회 측은 이날 성명에서 “입주 폭탄으로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는 지역에 꼭 이랬어야만 했는가. 3기 신도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30~40대 가족 단위로 온 참가자가 다수 보였다. 백석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45)는 “5년 동안 기다려 집을 구매했는데 집값이 5000만원 떨어졌다”며 “일산이 분당처럼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백석동에서 온 김모씨(67)는 “강남으로 출퇴근하는데 퇴근 때는 2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교통이 불편하다”며 “일산은 기반시설 없이 아파트만 잔뜩 지어 놓은 베드타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주민들은 23일 수도권 1·2기 신도시의 교통망 보완 대책을 발표한 김 장관의 기자간담회도 ‘면피성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박모씨(38)는 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 방안에 대해 “인천과 지하철을 연결하는 게 서울 출퇴근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재탕에 불과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주 운정신도시연합회 관계자도 “김 장관이 발표한 교통대책은 과거에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라며 “마치 새로운 정책인 양 홍보하는 행태가 더 기가 막힌다”고 꼬집었다.
검단 주민 1000여 명도 이날 인천지하철 2호선 완정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을 성토했다. 이들은 부천 대장지구와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사업의 백지화와 서울지하철 5호선의 검단연장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 직접 연결 등을 주장했다. 하남 교산지구 내 하남시 춘궁동의 통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 시 유관단체 7개 회원 192명은 24일 집단 사퇴서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의 개발사업으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강제로 수용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하남시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지금은 재난 상황”
1·2기 신도시에서 아파트 분양에 나섰던 건설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의중앙선 일산역 인근에 지난달 분양한 D건설사의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는 지난 7일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해약을 요구하는 계약자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3기 신도시 발표 후 집값이 하락하자 계약자들이 ‘패닉’에 빠졌기 때문이다. 검단신도시 부지를 매입한 B건설 대표는 “정부 계획을 믿고 2기 신도시 토지를 분양받았는데 분통이 터진다”고 정부에 불만을 드러냈다.
건설경기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12일 건설 주택경기를 긴급 진단한 결과에 따르면 건설투자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 분기 연속 5% 이상 감소했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3기 신도시를 발표해 분양에 애를 먹고 있다”며 “지금 분양시장 상황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야 할 정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산·파주=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