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도지원 대신 근본문제 해결' 요구…정부 고민 깊어질 듯

北선전매체 "변죽이나 울리면 안 돼"…美 태도 변화 의도한 대남압박 관측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부차적인 문제'로 평가하고 '근본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남측에 압박하면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북한 선전매체인 통일신보와 우리 민족끼리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글을 주말 사이 잇달아 게재했다.

'인도주의'라고만 표현했던 지난 12일 선전매체 '메아리' 글과 달리 '인도주의(적) 지원'이라고 명시했다.

통일신보는 "북남관계의 열차가 멈춰서 있는데 북남선언들에 밝혀져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차적이고 시시껄렁한 인도주의 지원과 비정치적 협력 교류나 좀 한다고 일이 제대로 풀릴 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했다."근본문제, 핵심문제는 비껴둔 채 변죽이나 울려서는 언제 가도 문제해결이 안되는 법"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들 매체가 주장하는 '근본문제'가 무엇인지는 "(남측이) 외세와의 전쟁책동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 "중지하기로 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계속 벌리는 등 은폐된 적대 행위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다.

남측이 미국과 군사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문제 등이 합의된 지난해 남북 간 선언에 어긋난다는 얘기다.남측이 대미 공조를 우선시해 남북관계가 빠르게 진전되지 못한다는 불만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정체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를 인도적 지원 같은 '비본질적' 사안으로 뚫기는 어렵다는 주장으로도 해석된다.

물론 이번 주장은 '여론전'을 목적으로 하는 선전매체를 통해 발신됐기 때문에 공식 입장도 아니고, 북측이 남측의 대북 식량지원을 거부했다고 보기도 어렵다.오히려 남측의 대북 인도지원 추진 상황을 지렛대 삼아 상황 변화에 대한 더 적극적인 노력을 압박하려는 목적에 가깝다.

북한의 의도는 종국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훈련 문제 등으로 남측을 압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24일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조미(북미)대화는 언제 가도 재개될 수 없다"며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주의적 원칙에서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해온 정부에 더 깊은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여론도 팽팽하게 나뉘는 상황에서 북한도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면 추진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연합뉴스에 "북한 주민에 대한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에 대해 검토해 나가겠다는 방향에서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서 해 오던 식량지원 관련 여론 수렴 작업은 내주부터는 좀 더 '로키'로 전환하는 기류다.

여론을 주시하며 지원 시기·규모·방식에 대해 숙고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직접 지원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은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지원 방법도 비중을 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의외로 장단점을 검토해보면 (식량 지원 방식이) 훨씬 다양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꼼꼼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