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무역협상 타결 유예 시사…"선거앞둔 아베 배려한 듯"

"7월 참의원 선거 끝난 뒤 양보 얻기 쉽다고 생각한 듯"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일본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많은 부분은 일본의 7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골프 회동 후 트위터에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는 중"이라면서도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까지 협상 타결을 유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존 로버츠 폭스뉴스 백악관 출입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며 무역협상 타결을 선거 이후로 늦추려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7월 참의원 선거에 대한 영향을 피하고 싶어하는 아베 총리를 배려해 무역협상의 합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향을 (트럼프 대통령이)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며 "아베 총리와의 우호 관계를 배려해 농업 분야를 둘러싼 협의가 선거에 미칠 영향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대일 무역 적자를 강조하며 일본에 통상 압박을 가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때는 무역협상 타결 시점과 관련해 "내가 (5월에 일본을) 방문할 때까지, 아마도 거기서 서명할 것"이라고 말하며 조기 합의에 의욕을 보였다.일본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경제연대협정(EPA) 수준 이상의 관세 혜택을 미국에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은 일본에 대해 TPP 수준 이상으로 미국산 농산물 관세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참의원 선거 이전에 농가의 불안감을 높일 수 있는 사태 전개는 피하고 싶다는 것이 속내였다.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이 이러한 의향을 이미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상은 지난 2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료급 무역협상을 한 뒤 기자들에게 "양쪽의 입장과 생각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지만, 현 단계에서는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오는 27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관련한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의 협상에서 TPP 수준 이상의 농산물 시장개방이나 자동차 수출제한, 환율 조항 등과 관련한 미국 측의 요구는 없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만약 시기적으로 일본이 협상 시간을 번 것이라면 당장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이 또한 낙관적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방일 후 첫 일정으로 일본 기업인들과 만나 일본이 무역 문제에서 그동안 미국보다 유리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가 많은 부분은 참의원 선거 이후까지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거기서 난 큰 숫자를 기대한다"고 거론한 것은 기다린 결과가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는 압박을 내포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일본에는 선거 이후 무역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은 미일 '밀월'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향후 협상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도통신은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쉬울 것이라는 의도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선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화력을 집중하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으로 전선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이들과의 협상은 추후로 미뤄두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당사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부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했던 25%, 10%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