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키움·토스뱅크,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탈락'…"혁신성·자본력 '미흡'"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은행업 예비인가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실현가능성이, 토스뱅크는 출자능력과 자금조달능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은행업 예비인가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실현가능성이, 토스뱅크는 출자능력과 자금조달능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두 곳 모두나, 최소한 둘 중 한 곳에는 인가를 줄 것이란 금융업계의 예상을 뒤엎은 결정이다. 업계는 1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메기 효과'가 흐려진 상황에서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금융당국이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했다.금융위원회는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의견과 금융감독원의 심사결과를 반영해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 2곳의 은행업 예비인가를 불허한다고 26일 발표했다.

7개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는 지난 24~26일 2박3일간 예비인가 신청자 2곳을 상대로 서류심사와 신청자별 사업계획 청취, 질의응답을 진행한 후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은행업 인가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평가위는 키움뱅크에 대해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가능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토스뱅크는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 자금조달능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예비인가를 권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금융감독원도 평가위의 평가의견을 감안해 예비인가를 불허(동일인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불승인 포함)하는 내용의 심사결과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가 결과를 오전에 들었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1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진한 성적이 금융당국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인터넷은행에 더 이상의 '메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해 이번 평가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분석이다.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언제, 어디서나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는 편의성, 간편한 가입절차와 편리한 송금 방식,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디지털 금융 시대를 열었다는 호평이 이어졌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분야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3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 인터넷전문은행 어떻게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들에게 중금리대출 등 새로운 금융경험을 제공하는 게 취지지만 잘 되고 있지 않다"며 "과연 이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제3 인터넷은행 출범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줄곧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었다. 최근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히며 59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무산됐다. 6개 대출상품 중 3개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출범 초기 공약으로 내걸었던 모바일 전용 주택담보대출도 출시가 요원한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현재 자본금은 4775억원,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797억원에 이른다. 인터넷은행 1호란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입지가 불안하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신용등급 7등급의 40대 택시기사가 저축은행에서 연 19%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다면, 앞으로 카카오뱅크에선 한 자릿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달랐다.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 공시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은행연합회 신용등급 기준으로 7등급 이하에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일체 실행하지 않았다. 이 공시만 놓고 보면 카카오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7등급의 택시기사는 단 한명도 없는 것이다.

중신용자에 적용된 대출금리도 시중은행을 웃돌았다. 신용등급 5~6등급에 취급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77%로 신한은행(4.09%) 스탠다드차타드은행(4.76%) NH농협은행(4.88%) 기업은행(4.97%) 제주은행(5.04%)보다 높았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의 신용대출 고객에 대해서는 보증기관의 보증부 대출만 시행하고 있다. 민간 중금리대출 상품은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면서 인터넷은행이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 혁신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금리대출 등 서민금융도 기존 인터넷은행과 차별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평가다.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들어서면 중·저신용자들의 대출문턱과 대출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사용의 편리성을 제외하고는 시중은행과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